.. 예전에 아는 녀석이 하나 남는다고 P4P800SE 보드+P4 2.8 CPU를 내게 투척한 적이 있었다. 케이스도 마이크로닉스고 해서 겸사겸사 당시 쓰던 셈프론2400+ 보다는 낫겠거니~ 하고 덥썩 물어와서 설치를 다 끝냈는데....
.. 뭔가 이상하게 자주 CPU 점유율 100%. 특히나 mp3를 구동한다던가 msn 창이 여럿 뜨면 꽤 막장 처럼 느려지는 현상이 많았는데 그거야 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치명적으로 컴이 뻗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 근데 바로 며칠 전에 회사에서 불용 처분 된 PC를 직원들 대상으로 파는 행사가 있었다. 나도 신청했는데 아쉽게도 떨어졌다. 무려 경쟁률이 6:1 -_-; 어쨌거나 떨어져서 아쉬워 하는데 아는 분이 또 컴터 업글을 하셨다고 동등한 사양의 부품을 싸게 넘기신다는 말씀을 하셔서 거기에 홀딱 넘어갔다. 안그래도 막장인 컴퓨터 CPU가 문제인지 보드가 문제인지 비됴카드가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 결국 P4 3.0과 6800GT를 가져가서 함 달아보고 문제 없으면 사기로 결정. 근데 집에 와서 CPU를 달려고 해봤더니 이게 웬걸. CPU 쿨러 가이드에 지지대 한 쪽이 나가 있는 것이 아닌가 -_-; 아니 이러고도 지금까지 PC가 멀쩡하다니 그게 더 신기할 노릇. 비됴 카드를 바꾼 후에, 가이드가 박살난 부분을 전선으로 동동 옭아매서 고정해봤더니 쌩쌩하게 잘 돌아가더라.
.. 마침 오늘 회사에 나가서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분께서 자기 보드 고장난 거 그냥 가져가서 가이드 고쳐 달라는 말씀을 하시기에 역시 가져왔다. 가이드를 낑낑거리면서 분리하고 다시 내 보드에 달고 지금 켜봤더니 오오. 잘만 돌아간다 -ㅁ-; 대체 내 몇달간의 삽질은 뭐란 말인가 (....)
.. 여튼 그래서 미니 업그레이드 완료. 아우~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멀고 먼 옛날...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 내 친구 한 놈은 주간 순정 만화 잡지 터치를 사 모으고 나는 윙크를 사 모으기 시작하던 시절. 우리들이 열광하던 만화 중에 「ぼくの地球を守って(나의 지구를 지켜줘)」라는 만화가 있었다. 당시에는 「내사랑 엘리스」라는 제목으로 캐릭터 이름마저 다 한국식으로 변해서(이젠 그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왔지만 일본 거라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멀쩡한 캐릭터 이름을 왜 한국식으로 바꾸냐면 분통을 터트렸던 시절. 그 시절을 추억하기에 충분한 타이틀이 내 눈 앞에 띄었다. 가격도 착하게 10,500원.
.. 애니메이션판을 처음 봤던 것은 다른 친구 녀석이 집에 달려있던 NHK 위성 방송에서 녹화를 떠 둔것이었고, 당시엔 일본어도 몰라서 그냥 멍하니 쳐다봤지만 원작을 달달 외다시피 했던 시절이라 내용 이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 아니 덕분에 대사 유추가 가능했다고 할까? 아무튼 1화 마지막에 토쿄타워를 줘 라는 대사가 머리 속에 지금도 까끌하게 남아있는 그런 만화.
.. 정작 지금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것의 후속편이라 할까. 다음 세대 이야기라고 할까. 그런 것마저 나와있는 시점이지만(심지어 심각한 함량 미달이지만) 이 만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오죽하면 하이텔 시절에 소모임 하나 만들어서 놀고 있었을 정도니까.
.. 북클릿은 미묘하게 되어 있고(작품 소개 비스무리한게 vol마다 딱 2페이지, 가사라던가) 내장에 신경쓴 박스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것을 쉽게 소장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게 감흥이 새롭다. 과거에는 LD 박스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부러웠던 작품인데 말이지...
.. 뭐 그건 그렇다치고...
.. 나의 지구를 지켜줘 애장판 (1~10권)
.. 사실 어제 저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삘을 받아서 이것도 질러버렸다. 애장판으로 새로 나온 나의 지구를 지켜줘. 전 10권.
.. 다시 한 번 그 시절의 추억에 잠겨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이 영화는 7월 19일에 봤다. 집근처 CGV에서 하길래 딩가딩가 털레털레 영화를 보러 간 것. 마침 놈놈놈도 하길래 디지털로 질러서 봤다.
.. 사실 이 영화는 칸이 어쩌고 그런 건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가 나오는 웨스턴 액션이라는 말에 혹했다. 물론 이병헌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정우성이야 기럭지 하나만으로 간지가 사람이지 않은가. 송강호야 어딜가든 기본 이상은 해 주는 배우니까 주연 세 명 중 2명. 그것만 확인해도 돈 값은 할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웨스턴 액션! 이른바 남자의 로망이랄까?
.. 시작부터 스토리는 안드로메다행의 예감을 팍팍 밀어부어 주셨다. 내러티브를 꽤 중요시 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불안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면서도 화려하고 끝내 주는 영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은 감독이나 배우의 면면을 봤을 때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정이 환타지라도 내러티브가 좋다면 그걸로 충분. 뭐 그러다가 제대로 걸렸으면 대박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내내 긴 말을 쓸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저 멋진, 끝내 주는 영상을 기대했고 그 기대는 예상대로였다.
.. 전반적으로 열차강도, 시가지 전투, 여러 집단들이 말 달리는 추격전 등이 멋진 씬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열차 강도씬은 그렇다 치고 시가지 전투에서 보여주는 정우성의 와이어 액션은 진국이랄까. 아니 웨스턴 액션에서 한손으로 줄 잡고 날아댕기면서 엽총을 갈기는 걸 대체 누가 상상이냐 했냔 말이야. 그야말로 무협지스런 액션에 그것도 정우성이!!
.. 말달리는 추격전에서도 정우성의 간지는 끝내준다. 게다가 윈체스터 돌리기의 간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니 진짜 저 새퀴는 남자인 내가 봐도 멋진 거냐. 아으 샹. 이러니 내가 울 마님 정우성 하악하악을 봐도 뭐라고 말을 못하지... 나도 같이 하악대는 걸. 흙. 그리고 말달리는 추격전 자체의 규모나 간지 자체가 역대 어떤 웨스턴 무비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쉽게 말해 간지폭풍이다.
.. 캐릭터 이야기로 들어가보자면 정우성은 카우보이 모자에 엽총. 어딜봐도 웨스턴 건맨의 기본 복장. 이병헌이야 뭐 알 수 없는 헤어스타일에 리볼버 싱글 액션. 이 쪽은 카우보이 모자에 망토가 더 어울렸을 거 같은데 정우성과의 차이점이 없어져서 그런지 그렇지는 않았고, 송강호는 총도 그렇지만 고글이라는 나름 퓨전.
.. 사람들 말은 분분할 것 같지만 이병헌도 나름 훈남 소리 듣는 녀석이건만 정우성하고 같이 세워놨더니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밀려버리더라. 역시나 기럭지 되고 얼굴되는 정우성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예술이랄까. 아주 그냥 다비드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존재 자체가 그림이 되는 배우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은 경우.
.. 송강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몸개그, 말장난 아으 이건 송강호가 아니면 살릴 수가 없다. 분명히 재밌고 즐거운 캐릭터. 영화 자체는 정우성과 이병헌이 없어도 송강호만 있으면 성립이 될 것 같은 영화기도 했다.
.. 이 캐릭터 구성이 괜찮은 이유는 역시 대의고 명분이고 그 딴 거 없이 그야말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의 캐릭터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거기에 추가하자면 한국 영화 특유의 러브씬, 러브코메디씬,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 개심씬 등등 영화를 진부하게 만들어 주시는 내용이 하나도 없...을 뻔 했지만 사실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이 들어갔기에 그 점에서는 마이너스. 대신에 이 세명에 어울리는 여배우가 있을리가 없으므로 러브씬이 안들어간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여튼 여기에 어울려 주시려면 어지간한 간지 끝장나지 않고선 불가능 하므로 차라리 러브씬 안들어가서 심플하고 좋았다.
.. 자 이쯤 칭찬해 줬으면 역시 까대기도 해야 하는 법.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내러티브. 매끄럽지가 않다. 한국제 소설이나 영화나 게임이나 다들 나오는 말이 내러티브가 안좋다인데 (영화는 요즘 이 부분에서 최고 퀄리티 급의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영화도 역시나 그것을 비켜나갈 수는 없었다. 특히나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 따위는 집어 넣지 않는 편이 나았다. 차라리 다른 걸로, 되려 자기들만의 '고집'이랄까 '가치관'이랄까. 그런 것에 의해서 철저하게 내러티브를 진행시켰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 거기다가 지도가 없어도 알아서 잘들 찾아오는 점에 있어서 대체 지도의 존재 의의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가장 큰 문제. 애초에 그 정도라면 지도를 구하기 위해서 고생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심지어 지도가 뭘 뜻하는 지도인지 대부분의 주요 세력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니까.
.. 독립군이 멍하니 떠버린 존재인 것도 아쉽다. 정우성의 등장 이유가 독립군의 의뢰인데 독립군은 그다지 별 존재 의의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정우성의 등장 이유도 희박해져 버린다. 그래서 억지로 손가락귀신을 끼워넣은 거겠지만 말이다. 이런 내러티브의 약점이 영상에 열광하다가도 그 열기를 팍 가라앉혀 버리는 느낌이다. 뭐, 어쩌겠나 나는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분명히 영상 하나는 간지 폭풍이라는 점에서 충분하다. 돈값은 충분히 했다. 다만 두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것이 문제.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