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 K리그가 드디어 그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었다. 시작은 작년 리그 우승팀인 포항 스틸러스와 작년 FA컵 우승팀인 전남 드래곤즈의 대결이다. 슈퍼컵이 폐지된 대신에 개막전을 차지하게 된 것.
.. 경기 한시간 전부터 스틸야드의 주위는 들썩 거리고 있었다. 작년 리그 우승이 차지한 효과가 좋았던 것일까? 연간권도 나쁘지 않게 팔려나간 상태라고 들었는데 과연. 날씨도 좋아서 더욱 더 시작부터 산뜻한 느낌.
.. 철망을 걷어냈다!
.. 스틸야드에 들어가보니 과연 소문대로 E석과 W석의 철조망을 걷어내 있었다. 덕분에 시야가 말도 못하게 좋아졌다. 흔히들 유럽축구팬이 부러워하는 경기장과 완전히 붙어있는 관중석이 실현되어 있는 것. 역시나 구장 하나만큼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스틸야드답다. :) (태클 반사)
.. 보이는가 이 황금패치가!
.. 그리고 별 네개 :)
.. 새로운 K리그 트로피
.. 경기 시작전에 박원재 선수의 100경기 출장 축하 행사가 있었고, K리그 트로피가 일반 공개 되었다. 역시나 저건 우리가 가져와야겠지? ㅋㅋㅋ
.. 이랬건 저랬건 경기는 시작했는데 경기의 자세한 내용은 적기도 귀찮으므로 대충 사진으로 때우겠다.
.. 그 와중에 심심했는지 아크로바틱을 선보이는 어린이;;
.. 할말을 잃게 한 데닐손의 헤어 스탈...
.. 김광석의 선제골! 크하하하
.. 3초 박지성? 첫 골의 어시스트는 쩔었음
.. 첫 골을 넣은 김광석. 나름 훈남삘 ;ㅁ;
.. 20분 뒤에 만회골을 넣은 시몬. 상체 발달이 ㅎㄷㄷ
.. 인상적인 돌파를 몇 번 보여준 최효진.
.. 어쨌거나 목소리는 쩔던 해병대
.. 누군가는 바람의 검심이 생각난다던 조성환
.. 이 발리슛이 안들어 갈 줄이야 ;ㅁ;
.. K리그에도 헤드셋 도입
.. 초조하게 시간은 흘러 가고...
.. 공을 돌려주는 데 어린이가 던져 힘이 딸렸음 ㅋㅋㅋ
.. 이 프리킥 사진은 간지나게 나왔지만 그닥 의미는 없었음 ㅋㅋ
.. 이동국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남궁도
.. 결국은 데닐손과 남궁도가 사고를 쳤다. 종료직전 골. 사빅 지못미 ;ㅁ;
.. 뭐 이런 결과 아니겠슴까
.. 경기 종료 후 사람이 꽤 빠져나갔지만 이정도 ㄷㄷㄷ 게다가 시야 ㅎㄷㄷ
.. 경기 후 여자 축구. 나름 인천과 전북? ㅋㅋ
.. 자세한 이야기는 귀찮으니 이상! 어쨌든 이겼으니 됐음!!!!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두산 주조에서 제조하는 고급 청주가 있다. 이름은 '설화(雪花)'. 청주는 쌀을 깍아낸 정도에 따라 그 맛이 더 부드러워 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 설화는 도정비율이 52%에 다다른다. 청주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 최고급에 해당하는 '다이긴죠(大吟醸)급'에 해당할 정도이므로 일단 기본 스펙은 어느정도 인정해줄만한 가치가 있다.
.. 간단한 스펙이다. 일본이라면 日本酒度라는 속성도 붙겠지만 여기는 한국이므로 당연히 없다. 확인할 길도 없고. 자세한 것은 아래부터 시작.
.. 설화를 알게 된 것은 한 2년전쯤의 일이다. 그 당시 두산에서 나오는 청주란 백화수복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다이긴죠급 청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두근두근했었던 기억이 있다. 어차피 학생인데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바쁘던 시절이라 마시고 싶긴 했어도 다른 것에 비해서 순위가 쳐졌다. 학생에게 중요한 건 싸고 많은 양! 당연히 직장인들이 쏘는 술 아니면 간단하게 소주, 혹은 맥주 큐팩. 뭐 그런 것 아니겠나.
.. 그런 설화를 집 근처 대형 할인마트를 돌아다니다가 보게 되었다. 마침 좋은 술도 한 잔 땡기는 시점이고, 과거에 마시고 싶었던 그 느낌이 살아나서 별 고민 안하고 그냥 한 병 들고 왔다.
.. 케이스 위에서
.. 뚜껑 개봉시
.. 나란히 세운 모습 #1
.. 나란히 세운 모습 #2
.. 설화 병 모습
.. 설화 라벨
.. 소주 잔이나 청주 잔이 없어서 녹차 마실 때 쓰는 다기잔을 꺼냈다. 마침 청주잔과 사이즈도 별 차이 없어서 그냥 간단하게 술 마시기 딱 좋더라. 아무렴 어떠랴. 사기 잔이니 나름 더 좋은 걸지도?
.. 어쨌건, 청주를 두고 청하나 일본식 주점에서 시키는 사케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술은 좀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일단 향이 은은하다. 모든 술의 맛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향기. 그 향기라는 점에서 알콜 냄새가 난다던가 혹은 다른 인공적인 향이 강하면 일단 마이너스. 하지만 이 설화는 그런 부분은 가볍게 패스해 나간다.
.. 가볍게 한 잔 마셔보자. 보통 청주 중에 단 맛을 일부러 강하게 만들어 놓은 술들이 있지만 이 술은 결코 첫맛이 달지 않다. 되려 약간 약하게 쓴 편이다. 드라이한 맛을 즐기는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좋은 밸런스. 그리고 청주에서도 내가 가장 높게 치는 맛 중에 하나는 끝 맛에 은은하게 쌀의 단맛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밥을 오래 씹으면 나오는 단맛을 생각하면 된다. 단 맛에 약한 나로서도 상당히 좋아하는 단맛 중 하나가 바로 쌀의 단 맛인데 이 설화는 끝부분에 그 맛의 여운을 남긴다. 한 병을 다 비울 동안 첫맛과 끝맛의 차이가 거의 없었으며, 술을 마음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전반적인 밸런스가 매우 잘 잡혀있다는 반증이다.
.. 수작업으로 만드는 최고급 청주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적어도 일본주의 어지간한 다이긴죠급 술 이상의 맛을 보여준다. 드라이한 정도는 日本酒度라면 +5 정도 될 것 같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내노라 하는 일본주는 내가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쳐지는 술은 아닌듯 싶다. 그리고 가격은 매우 착하게도 단 18,000원. 일본주 중에 이름 좀 있다 하는 것들이 십만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하면 이 쪽의 선택이 월등해 보인다.
.. 하지만 가장 큰 문제라면 물량이 적다는 것. 내가 사올 때도 딱 한병만이 있었다. 명절용으로만 시장에 풀리거나, 혹은 백화점을 뒤져봐야 한 두병 나올 것 같은데 그것이 문제...
.. 단, 과실주를 좋아하거나 증류주의 싸~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마침 여친님께서는 저런 타입이라 그다지 맛이 없다는 반응이셨다. orz
.. Ps. 증류주 증에는 요새 나오는 '화요'가 강추품목. 아마 다음 술 리뷰는 화요 혹은 진로 증류주가 될 예정.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최근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당당하게 수위를 차지하는 사람이 바로 金城一紀(카네시로 카즈키)이다. 한국에서도 상영된 적이 있는 'GO'의 원작자이고 그의 작품 중 '플라이 대디 플라이'는 한국에서 영화가 리메이크 되어 이준기 주연의 '플라이 대디'로 개봉된 적도 있다. 또, 그의 작품이 한국에서 꽤 큰 인기를 얻어 최근작인 영화편을 제외하고는 전 작품이 하드커버 번역본으로 발매되기도 하였으므로 아시는 분들이 꽤 많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쨌거나, 그의 최신작인 영화편을 9월 12일에 주문했는데 마침 오늘 도착했기에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다.
.. 2007년 7월 26일 발매되었으며 발행일은 2007년 7월 30일이다. 코단샤(講談社)에서 카도카와 쇼텐(角川書店)으로 옮겨갔다가 이번에 슈에이샤(集英社)로 옮겨온 듯 출판사는 슈에이샤이다. 가격은 1,470엔(세금 포함)이며 ISBN 번호는 978-4-08-775380-6 이므로 구매하실 분음 참고하시면 되겠다. 아 물론 일본어 판이므로 번역본은 조금 기다려야 할 것이다.
.. 책의 내용은 아직 읽어보지 않았고, 내용 소개도 그다지 읽어보지 않았으므로 전혀 모른다. 만약 다 읽게 되면 감상문을 올릴 수도, 혹은 일에 치여 안 올릴 수도 있다. 뭐 그런 것.
.. 앞 표지
.. 뒷 표지
.. 옆 표지
.. 표지 펼친 것
.. 나는 카네시로 카즈키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하드커버 본으로 구입을 했는데 중간에 출판사를 카도카와 쇼텐으로 바꾸면서 'GO', '레볼루션 No.3', 'FLY, DADDY, FLY', '대화편' 등의 작품이 카도카와 쇼텐 판으로 다시 한번 나온 것은 구매하지 못했다. 그래서 카도카와판을 갖고 계신 분들은 다음에 올리는 사진과 다른 표지 그림일 수 있으니 그 점은 참고하시길. 다음은 카네시로 카즈키의 단행본을 모두 모아놓은 것이다.
.. 카네시로 카즈키 작품들 옆면
.. 카네시로 카즈키 작품들 앞표지
.. 카네시로 카즈키 작품들 뒷표지
.. 다른 것은 전부 다 읽었지만 한국어 번역본으로 다시 한 부씩 사둘까도 고민 중. 일본어로 읽으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어쨌거나 영화편은 언제쯤이나 다 읽게 되려나.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0. 포항과 울산의 경기는 포항 팬에게 있어선 승점을 1점은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한다. 이 말은 반대로 뒤집으면 울산 팬들에게는 고비에서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다는 불안감을 낳는다는 뜻이다. 98년 플레이오프를 비롯해 고비마다 서로 고춧가루를 뿌려대다가 추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울산의 골문을 지키던 김병지가 포항으로 이적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한창 리그를 보지 못하던 때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그 즈음부터 울산의 포항 징크스가 제대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혹자는 김병지의 저주라고도 하지만…
..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컵대회에 2군을 내보낸 탓도 있지만 컵대회 2경기에서 울산에게 1무 1패를 기록했고 그마저 패배는 포항의 홈 한국 축구의 성지 스틸야드에서였다. 제대로 된 전력이 아니라는 변명이 마음 속에 자리잡았지만 12경기 연속 무승. 그 이후에도 광주를 상대로 겨우 1승을 거두고 여전히 무승부를 기록중인 포항에게 있어서 골 결정력 문제는 치명적. 그나마 직전의 FA컵에서 대학 강호 건국대를 만나 4:1의 신나는 승리를 거두었지만 대학팀은 대학팀. K리그에서 꽤나 괜찮은 스쿼드를 갖추고 있는 울산과는 그리 쉽지만은 않은 만남이었다.
..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울산 전력의 30% 이상이라고 할만한 이천수를 빼놓을 수 없다. 이천수의 첼시행 루머가 보도되면서 가슴 한켠에 묘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천수. 필드 외에서야 어쨌든 필드 내에서 그가 독기를 품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너무 많은 게임을 봐버렸다. 아무리 그래도 유럽파를 제외한 한국 선수들 중에 최고의 사기유닛을 뽑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천수를 뽑을 수밖에 없다. 그런 그가 첼시행의 꿈을 품고 전력을 다한다면… 그 생각만으로 부담은 배가될 수밖에 없었다.
.. 1. 포항의 올시즌 가장 큰 문제라면 역시 골 결정력의 부재. 2005년과 같은 공격력도 나오기 힘든데다가 2006년 초반의 이동국 후반의 고기구의 결정력은 온데간데 없다. 이동국의 대체로서 기대를 모았던 고기구는 첫 인천전 골 이후 침묵. 이광재는 경남전 이후 침묵. 황진성은 쉐도우가 아니면 힘을 쓰기에는 역시나 하드웨어의 문제가 있고 최태욱은 영입 이후 아주 길고 긴 침묵. 최효진을 돌려 쓰는 꼼수를 부려보기도 했으나 역시나 정통파는 아니고, 프론티니는 아예 침묵 왜 데려온지 조차 알 수 없다.
.. 그 결과가 지금의 성적이다. 아무리 미드필더의 중원 장악력이 뛰어나고 패스 전개력이 뛰어나더라도 골을 넣을 수 없다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나 3년 연속 같은 전술을 사용하는데 공격진의 역량은 점점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하기야 포항과 맞붙는 팀들은 기본적으로 수비를 두텁게 하고 최후방에서 최전선까지 종으로 찔러주는 전술을 선호하고 역시나 효과도 짭짤하다. 대전의 정성훈, 부산의 박성호에게 골을 헌납한 것은 그 반증이기도 하다.
.. 하지만 그래서일까 수비 조직을 두텁게 쌓기 시작한 포항은 골을 넣지 못하면서도 골을 먹지 않는 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포항-GS 0:0, 포항-수원 0:0 두 경기 모두 미들에서 공을 효율적으로 점유하고 두터운 수비를 쌓고 공격을 전개하는 점유축구의 진수를 보였음에도(심지어 몇몇 비 K리그 팬들로부터는 K리그의 경기력이 이렇게 뛰어났나! 라는 찬사까지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넣지 못하여 안타까움을 낳았다. 다행히 지지 않았을 뿐 이겨야 되는 시점에서의 무승부는 뼈아픈 것이다. 그리고, 골을 넣지 못하는 팀은 상대에게 두려움을 줄 수가 없다. 바로 그것이 불안했다.
.. 2. 경기 시작 직전 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을 차분하게 지켜보았다. 그나마 짧은 휴식기를 거쳐서인지 선수들의 몸이 가벼워보였다. 자세히 보니 최태욱이 선발. 정규리그 선발은 매우 오랜만인지 아니면 처음인지 기억조차 나질 않지만 어쨌든간에 최태욱을 선발로 보는 것은 꽤 흔치 않은 현상. 파리아스 감독이 얼마나 공격수에 대해 고심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몸이 가벼운 포항의 미들진을 보며 어쩌면 오늘 무언가 하나 작품이 만들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 울산 쪽도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좋아 보였다. 특히 이천수의 몸놀림은 무척이나 가벼워 보였고 우성용을 제치고 선발 출장한 양동현 역시 평소 이상의 느낌을 주었다. 잘하면, 아니 어쩌면 오늘 경기 대박 혹은 쪽박. 다득점 혹은 0:0의 예상을 할 수 있었다.
.. 최태욱과 이천수. 부평고 동기. 전국대회를 휩쓸고 다니던 이른바 깡패 유닛들. 하지만 02년을 기점으로 진정한 사기유닛으로 성장한 이천수와 어느덧 주전 자리가 애매해져버린 최태욱의 차이는 어딘가 모른게 씁쓸함을 낳는다. 팀의 팬으로써 말하자면 최태욱의 플레이는 많이 답답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나오면 그 빠른 스피드를 잘 활용하는 그가 사이드 미들로 내려가면 돌파도 패스도 못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다. 아니 경기 출장을 못해서 감각이 떨어져서일까? 하지만 드문드문 나와서 보여주는 그 모습이 활발하게 날아다니는 이천수와 오버랩 되면서 씁쓸함을 더욱 깊게 안겨주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 3. 경기가 시작되었다. 일진일퇴. 전반 초중반 양팀은 팽팽하게 맞섰다. 포항이 좀 더 미들에서 만들어 나가고 중원 압박을 시도했다면 울산은 이천수를 활용한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이 경기를 끝끝내 다 보면서 느낀 감상을 미리 말해보자. 이천수는 일품이었다.
.. 무엇보다도 나를 감탄 시킨 것은 다른 때보다 한발 더 빨라진 듯한 스피드. 분명히 같은 위치에서 달리기 시작했는데 25m쯤 지나다보면 사람 한명 키 만큼 차이가 벌어져버리는 것은 경악에 가까웠다. 게다가 공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지. 신화용의 선방이 없었다면 울고가는 것은 포항이 될 지도 몰랐다.
.. 경기 전체적으로는 내용이 계속 비슷했지만 중간중간 양팀의 돌파 능력이나 뒷공간을 뚫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포항 팬으로서 기량이 점점 늘고 있는 오승범의 돌파 장면은 박원재의 부상 공백시에 오승범의 투입이 왜 이루어지는지 충분한 이유를 제공했다.
.. 하지만 하나의 아쉬움이라면 3-1-4-2라는 평소보다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나온 포항임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김기동의 활약이 줄어들고 따바레즈의 패스를 받아줄 이광재의 움직임이 아쉬웠으며 최태욱의 골결정력이 아쉬웠다. 그랬다. 이번 경기 역시 미들에서는 그럭저럭 80점 정도를 줄 수 있을만큼 활약을 했지만 공격진이 결정을 지어내지 못하는 아쉬움.
.. 울산 역시 이천수와 알미르 둘의 활약이 돋보였지만 번번히 포항 수비의 타이트한 압박에 막히고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다. 게다가 중원에서는 오장은이 살짝 부활의 기미를 보였지만 단지 그것 뿐. 후반 중반의 노마크 상황에서의 크로스는 내 입에서 '20억짜리의 패스(풉!)'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들 정도였다.
.. 4. 후반 시작해서 오승범의 힘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자 김광석이 교체 투입됐고 이광재의 스피드가 느려지자 고기구가 나왔다. 울산은 수비를 뚫지 못하는 양동현과 중원에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오장은을 대신해 우성룡과 정경호가 투입되었다. 하지만 정경호는 들어오자마자 경고를 받아 내어 주위에서의 탄식을 자아냈다.
.. 여담이지만 e석 1층에서 봤는데 거기에 나 말고 어떤 아저씨가 포항 팬인지 경기 내내 감독 모드로 소리를 질러내서 앞에서 쿡쿡 대면서 웃고 있었다. 참고로 울산도 e석 분위기는 홈편향인데 주위 사람들 전부 어이 없어하는 분위기. 경기 우리가 이겼으면 아마 그 아저씨랑 지대로 싸움 붙지 않았을까?
.. 경기 자체가 아무리 재밌어도 골이 나지 않으면 아쉬운 법. 체력이 떨어진 황지수를 대신해 미워 마지 않는 김윤식이 투입되었고, 울산도 부상당한 이종민 대신 김영삼이 투입되었다. 그러다가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 가장 숨막히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 후반 막판. 울산의 공격을 중원에서 차단한 포항은 최전방의 최태욱에게 단숨에 찔러주었다. 오프사이드가 아니었기에 혹시나 오심이 있지 않을까 부심을 쳐다보았는데 경기 속행. 다시 고개를 돌리니 단숨에 김영광과의 1:1 찬스가 연출. 주위 울산 팬들은 '어어어'하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나도모르게 '으아아아아'하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 최태욱이 골을 향해 슛을 하는 시점에 그 뒤를 고기구가 뛰어들어갔다. 최태욱이 슛을 했지만 아쉽게도 김영광에게 막혔다. 그리고 그 볼이 고기구에게 연결되었다. 침착하게 김영광을 고기구가 제쳤다. 나는 골을 확신했다. 주위 울산팬들은 절망스러운 탄식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고기구가 슛을 했다. 그러나 그 볼은 어이 없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왔다.
.. '으아아아악!' 하는 괴성을 지를 수밖에. 주위의 울산팬들은 다들 안도의 한숨과 조롱의 웃음이 터져나왔다. 뒷자리에서 감독질 하던 아저씨는 그 뒤로 목이 쉬었는지 한동안 벌호우 모드.
.. 5. 그렇게 경기는 끝이 났다. 여전히 포항의 골 결정력은 안습. 설마 골키퍼까지 제치고 골을 못 넣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울산은 이천수 빠지면 대체 경기 어떻게 해먹을지 궁금할 정도. 이천수는 이날 울산 공격의 50%였다. 알미르는 두두처럼 여름남자 분위기가 풁풀. 전반에 좀 벌호우 타나 하더니 전반 중반부터 후반 중반까지는 몸이 데워졌는지 꽤나 펄펄 나는 모습.
.. 오승범 돌파력이 엄청 늘었다. 패스 질을 좀 더 높여야 할 것 같지만 사이드도 꽤나 괜찮아진 느낌. 고기구는 이번 골을 넣었으면 분위기 살아날 것 같지만 이번에도 못 넣어서 어찌 될지는 모르겠다. 이날 포항 마지막은 김윤식의 재발견 스러운 느낌. 이천수가 지쳤다 쳐도 돌파를 시도하는 이천수를 막아내고 공격으로 연결하는 모습은 내가 그렇게 비판하던 황지수 어느샌가 완소모드로 변한것 처럼 그 역시 완소남으로 변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하게 만들었다.
.. 6. 어쨌거나 저쨌거나 13R이 끝났고 순위는 7위. 아직 리그는 끝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리그 끝날 때 6위안에 들 자신은 여전히 있다. 이번 여름 휴식기 때 괜찮은 외국인 선수나 좀 데려왔으면... 대체 따바레즈 이후에 쓸만한 용병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 Ps. 그나저나 천수야 제발 좀 크리그를 떠나라 ㄲㄲㄲ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성남시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는 시외버스 시간표를 믿었다가 제대로 배신당하고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인천 문학 주경기장. 약간 흐린 날씨였지만 그럭저럭 선선해서 경기하기에는 나름 괜찮아 보였습니다. E석 입구로 들어갔더니 E석 1층을 꽤나 많이 채운 관중. 오른쪽 N석에서는 인천 서포터들의 서포터송이 터져 나오고 왼쪽 S석에서는 포항 서포터들이 보였습니다. 마침 경기도 시작 직전이기에 일단 E석 아무데서나 자리를 잡았지요. 시작 전부터 E석 곳곳에서 서포터들의 인천 콜에 동조하는 인천 콜이 터져 나오고 원정팬인 저로서는 많이 부담되는 분위기.
.. 그것 때문이었을까요. 시작한지 11초만에 김명중의 나이스 어시스트백패스를 가로챈 방승환이 포항의 골망을 가르고야 맙니다. 이 경기, 포항으로서는 지독하게도 안 풀릴 거라는 복선이라도 되는 듯 허망하게 네트를 흔들어버린 골을 쳐다보면 순간 할 말을 잃고 주위는 대환호. 어지간하면 E석에 남아 있을까 했지만 도저히 남아있기가 힘들더군요. S석에 가서 아는 형에게 잠시 인사를 하고 W석 기자석에 가서 지인을 만나고 골 상황을 확인하고 출전 명단을 훑어보았더니 역시나 2군 출격. 그리고 파리아스는 분노했는지 12분만에 김명중을 교체 아웃시켜버리더군요. 여담이지만 방승환의 이 골은 K리그 최단시간 골 기록이 되었습니다(이전 기록은 대우:한일은행 1986년 4월 12일 권혁표. 19초. 연맹기록 참조).
.. 전반 초반에 엄청나게 밀리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팽팽한 접전이었습니다. 인천은 양 사이드의 공간 침투가 돋보였고 노종건의 안정적인 뒷받침과 드라간-데얀 외국인 콤비가 종횡무진 활약했습니다. 반대로 포항은 따바레즈가 분투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귀가 안 맞는 느낌. 우측의 박희철은 한 템포가 느렸고 좌측의 김광석은 보다 수비적으로 치우친 느낌이었습니다. 전방의 이광재와 최효진도 2% 아쉬운 느낌. 그러다 인천의 우측을 파고든 최효진이 엔드라인에서 좌측 뒤로 올린 크로스를 김광석이 발리슛을 때렸을 때는 아쉽게도 상단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포항의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이 다시 재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하프 타임에 컵라면을 하나 사서 S석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묘하게 뭔가 일어날 거 같은 느낌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예감은 아랑곳 없이 후반도 팽팽하게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골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지지부진한 박희철이 나가고 최태욱이 투입. 간만에 필드에서 보는 최태욱이지만 그 동안 좋은 모습을 못 보여서 큰 기대는 할 수 없었습니다. 막상 플레이를 보니 돌파는 되는데 동료와의 호흡이 안 맞는 느낌. 차라리 꾸준한 경기 출장이 이루어지면 좋아지지 않을까 싶은 느낌. 시간이 흘러 후반 중반. 다음 수원전을 대비한 것인지 따바레즈를 빼고 신광훈을 투입. 그 때 저와 지인은 자꾸 찬스에서 골을 넣지 못하는 이광재를 빼고 신광훈을 투입하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있었는데 따바레즈를 빼더군요. 최태욱 투입시에 우측으로 내려갔던 최효진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보직되고 신광훈이 우측을 맡았습니다. 최효진은 한 경기에 세군데 포지션을 맡는 멀티능력을 보여주기도.
.. 하지만 후반 33분 데얀을 잠시 놓친 것이 화근이 되어 그대로 골을 헌납. 공간을 내어준 것은 아쉬웠지만 골 자체는 정말 잘 찬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흘러 89분. 여기서부터 드라마는 시작됩니다. 마침 울산 서포터 지인에게서 우성용 PK를 얻어냈다는 문자가 와서 답을 하려는 바로 그 순간.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밖에서 최효진이 공을 잡더니 순간 눈 앞에 직선으로 공간이 열리고 그 자리를 알고 있었다는 듯 왼발로 강슛. 89분 내내 인천의 골문을 잘 지킨 김이섭 골리에게 뼈아픈 실점을 허용하게 합니다. 하지만 기쁨의 세레머니도 없고 무감각한듯이 돌아서는 최효진. 경기 내내 지고 있는 상황이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조금은 거만하게도 조금은 독하게도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면서 최효진의 중앙 기용이 무척이나 성공적이라는 평을 저와 지인 둘이서 내리고 있던 찰나.
.. 우성용의 PK 성공 소식이 들림과 동시에 갑자기 김광석이 왼쪽 측면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엔드라인 근처에서 중앙으로 찔러넣은 패스를 골 에어리어 정면으로 뛰어들어온 최태욱이 오른발로 차 넣고 동점골. 포항 선수들도 서포터도 89분에서 90분까지 일어난 1분간의 기적에 환호했습니다. 경기는 2:2 종료. 마침 울산이 SK를 1:0으로 승리함에 따라 울산이 인천을 골득실에서 제치고 컵대회 1위로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 지금까지 울산과는 서로 많은 고춧가루를 뿌려대서 그런 걸까요. 정말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면서 울산의 1위 등극-4강 직행이라는 드라마를 찍게 해 주더군요.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이 경기 막판의 동점골 드라마는 포항으로서도 선수들로서도 많은 의미를 갖게 해주는 장면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주축인 선수들이 전부다 2군. 1군 선발 수준이라고 해봐야 따바레즈, 최효진 정도였고 오승범이나 이창원, 이광재는 로테이션 멤버. 나머지는 그냥 2군선수들. 이렇게 2군이 주축인 경기가 포항은 컵대회에서 3번이 있었는데 울산전 0:0 무승부. 대구전 3:1 승리. 인천전 2:2 무승부를 일궈내며 컵대회 승점 11점 중에 무려 5점이나 얻어냈습니다. 총 10경기 중에서 3경기 5점. 거기에다 패배도 없다는 점과. 결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동점을 만들어냈다는 점. 조직력이 덜 갖춰지고 꽤나 투박한 플레이가 많았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는 모습은 서포터로서, 팬으로서 찡한 감동을 주더군요.
.. 오늘 경기를 두고서 언제까지고 저는 이렇게 기억할 것 같습니다. 시작 1분과 마지막 1분의 드라마. 이렇게 말입니다.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