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2006.12 NIHON FALCOM
.. 이스 오리진을 완클. 꽤나 오래 걸렸다. 실제 게임 상의 플레이 타임은 훨씬 짧지만 실제로 걸린 시간이 은근히 길다. 이하 네타바레(스포일러) 잔뜩 있는 잡설이므로 가려둠.
.. 처음에 이스 오리진이라는 제목과 700년 전의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당연히’ 이스의 건국과 부흥 그리고 마물의 습격에 의해 살몬 신전의 부상. 그리고 나타난 적과 그 적이 사라지기까지의 내용이 파노라마로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 프롤로그부터 그 기대는 무참히 깨졌다. 살몬 신전의 부상 후에 여신이 사라진 시점, 거기에 탐색대를 파견하는 것에서부터 내용은 시작. 이스 이터널판의 이스의 서 중에 젬마의 장에 나오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あいつが魔物を引き連れて追ってくる。人々がその恐怖に怯える中、女神が我々の前から姿を消した。それ以来、女神の姿を見たことがない。我々は女神に見捨てられたのか。그 놈이 마물을 끌고 쫓아온다. 사람들이 그 공포에 떠는 가운데 여신이 우리들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그 이후 여신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우리들은 여신에게 버림받은 것인가.」즉, 이스의 서를 기준으로 하면 여신이 사라지고 다시는 부상한 살몬 신전에 등장하지 않게 된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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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거나 좋다. 게임을 하는 중간중간에 나머지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을 테니까. 그리고 미네아 마을이나 잭슨 마을 등이 생기기 이전의 에스테리아를 돌아다니는 것도 나름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유니카편 플레이 스타트. 하지만 이게 웬 걸. 로다의 나무(형)앞에 떨어지더니 갑자기 다므의 탑으로 직행. 어라라? 라? 라? 에스테리아를 돌아다닐 수 있다고 두근거리던 내 기대는 무참히 깨어졌다. 오로지 대상은 다므의 탑 하나뿐. 게임의 필드가 바로 이곳뿐이었다. 좋다. 다므의 탑이라도 3D로 화려하게 부활 시켰겠지. 어쨌거나 저쨌거나 좌충우돌하면서 진행했다.
.. 이스 6부터 계속 써오던 게임 엔진이지만 훌륭하게 개량 된 느낌. 어쨌거나 9550변종인 내 컴퓨터에서도 밀리는 화면은 거의 없었다. 이정도면 훌륭하지. 사운드는 여전히 좋고, 익숙한 다므의 탑 곡들도 간간이 들려오고... 진행하다보면 악마의 회랑이나 라도의 탑, 거울의 방 등은 꽤나 맘에 드는 구조였다. 이스 1에서 사용하던 아이템들과 거대보스 들이 마구 등장하는 등 꽤나 반갑기도 한 장면들이 연출 되고 의외로 이스 1 시절에 써먹던 대 보스 전법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등 향수를 자극하는 배치는 괜찮았다.
.. 어쨌거나 여신오덕후 찌질 유니카를 어찌어찌 플레이 하고 난 다음 초급자용이라는 유고를 선택하여 재차 플레이 개시. 확실히 자코를 죽이는 데는 훨 편한데 문제는 보스전. 일단 기본적으로 데미지가 후달리는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덕분에 금새 끝날 것도 무진장 오래 걸리는데다가... 더 큰 문제는 바로 유니카 편과 진행이 똑같다는 것. 내용이나 인간관계 차이상 보스가 좀 달라지던가 하는 문제는 있지만 맵 진행 순서나 이벤트 진행 순서도 거의 동일하다고 말해도 괜찮을 정도였다. 같은 맵을 두 번이나 플레이해야 하는 건 거의 고문에 가까운 레벨. 게다가 유고 이놈은 유니카보다 더 찌질해서 대화를 읽고 있자면 짜증이 버럭버럭 날정도. 어쨌거나 제 3의 캐릭터 토르편이 기다리고 있기에 지겨운 것도 참고 죽을 힘을 다해 플레이 했다.
.. 유고까지 클리어 하고 난 뒤의 감상은 미묘. 유니카편도 유고편도 그다지 와 닿는 것도 없고 그렇게 밝혀진 것이 많지도 않으며 굳이 이 두 개를 왜 쪼개놨을까 하는 심정이 강하게 드는 구조였다. 차라리 따로 행동하기에 보스를 완전히 나눠서 하나의 이야기를 다른 시점으로 보게 했으면 좋았으련만 이건 그런 것도 아니고 그냥 따로따로 서로가 완전히 다른 이야기.
.. 어쨌거나 클리어 했으니 이제 대망의 토르편. 유니카편과 유고편에서는 적이었던 토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좋다. 적이니까 뭔가 좀 다르겠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으나 역시 이번에도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다므의 탑 1층부터 훑어 올라가는 것은 마찬 가지. 같은 맵을 세 번이나 돌리게 하는 팔콤의 근성에 나름 감탄했다.
.. 짜증은 거의 만땅에 쳐할 지경이었으나 이제야 숨겨진 이야기가 하나 둘씩 등장. 과거의 이야기, 레아와 피나 와의 관계, 여러 캐릭터 간의 문제와 여신들이 내려가게 된 이유, 가장 마력이 강한 퍼크트(Fukt...라서, 퍼크트? 파크트?)가의 계승도 하지 않고 신전기사가 된 이유, 마의 인자를 몸에 넣게 된 이유, 적에게 협력하는 이유, 적이 어디서 온 자인지, 왜 여신은 아무 말이 없이 살몬 신전을 떠나 흑진주를 들고 다므의 탑으로 향했는지 등등이 게임 내내 하나 둘 씩 나온다.
.. 뭐 어쨌거나 라스트 보스에서만 죽고 또 죽고를 반복하며 한 시간 정도 걸려서 클리어를 하고 나니 엔딩에 추가된 장면이 살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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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간에 이제부터는 신나게 정신없이 한 번 이 이스 오리진에 대해서 중구난방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 일단 이 게임의 주인공은 실제로는 유니카도 유고도 아닌 토르이다. 내용의 진지함이나 비중도 토르편에 집중되어 있는데다 스토리 진행도 훨씬 매끄럽다. 물론 유니카편이나 유고편을 하지 않고 바로 토르편을 하면 어느 정도 스토리 진행이 매끄럽지 않겠지만 양 시나리오를 클리어 하지 않고는 토르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상쇄 된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진 시나리오인 토르편을 하기 위해 같은 맵을 세 번이나 돌게 하는 건 넌센스다. 차라리 그냥 토르편을 베이스로 하고 유니카편과 유고편에 나오는 내용을 설명이라든가 혹은 다른 이벤트를 배치하는 편이 훨씬 깔끔하고 좋았을 것이다. 같은 맵을 세 번이나 돌아야 하는 고통은 밝혀지지 않은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즐거움 보다 더 크다.
..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세 개가 결국엔 독립된 시나리오, 즉 패러럴 월드라는 점이다. 유니카 편에서는 덜레스(듈레스? 표기는 카타카나로는 다레스 지만 영어로는 Duless로 되어 있다. 이 녀석은 이스 2에도 등장. 1을 깬 후 나오는 비주얼 씬에서 다므에게 보고하는 마도사이다. OVA에서는 추악하게 나오지만 여기서는 초 미형)를 유니카가 무찌르고 대신 소꿉친구인 로이가 죽는다. 유고편에서는 덜레스를 유고가 무찌르고 대신 에포나가 죽는다. 하지만 토르 편에서는 토르가 무찌르고 죽는 캐릭터는 없으며, 덜레스 이후에 진정한 적이 나타난다. 그것은 카인 퍼크트. 바로 토르와 유고의 아버지다. 퍼크트가는 이스 시리즈에서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PCE판 이스 4에서는 셀세타 지방의 레판스와 오충신 사후의 쇠퇴는 마도사 지크 퍼크트에 의한 것이고(SFC판과 PS2판에서는 이 내용이 등장하지 않음), YS1의 라스트 보스는 달크 퍼크트. YS4 PCE판에서 달크 퍼크트의 부활은 바로 키스 퍼크트(YS2에도 등장). 정신을 지배하는 신관 퍼크트의 가계답다면 답달까. 어쨌든 카인 퍼크트가 라스트 보스로서 다므가 됨으로서 다므의 탄생과 덜레스와의 상관관계 등이 밝혀진다. 게다가 카인은 이스를 침략한 덜레스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하는 배신자이기도 하다.
.. 이와 같이 다른 분기에 진 시나리오 루트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3번이나 같은 맵을 뺑뺑이 돌게 하는 것은 심해도 너무 심한 일이다. 안 그래도 피나가 에로게 스타일의 그림으로 나와서 기분이 나쁜데(편견) 이건 게임 스타일마저 에로게? 일반 비쥬얼 노블 스타일의 에로게라면 동일한 대사 따위야 스킵 기능으로 넘길 수 있다 쳐도 이건 ARPG. 강제로 맵을 뺑뺑 돌아야만 하고 보스전을 반드시 치러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무리 플레이 타임이 짧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나리오를 충실하게 집어넣어서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영웅전설 6 천공의 궤적 SC에서도 괜히 사람을 뺑뺑이 돌게 만들어서 사람을 살짝 짜증나게 하더니 이젠 대놓고 삽질이다 팔콤. 그냥 한 가지 시나리오로 만드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고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토르편을 베이스로 삼고, 나머지 유니카와 유고의 움직임을 서브로 해서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 게다가 이건 이스 오리진 이라기보다는 그냥 이스 외전이란 느낌. 물론 이스의 서의 내용이 토르편에 가면서 꽤 많이 나오고 여신이 흑진주를 봉인하여 지하에 잠드는 것까지 다루어 졌기 때문에 이스의 서의 내용을 충실히 살렸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스의 건국에 대한 내용은 등장하지 않았다. 가볍게 다루어줬어도 좋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일단 유익인에 대한 것은 이스 4나 나피쉬팀에서 많이 다루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유익인에 대한 것으로 피나와 레아가 어떻게 탈출하고 어떻게 이스를 세우는지는 자세하게 다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게다가 진 시나리오인 토르편에서는 과거 아돌-리리아 혹은 아돌-피나(나는 아돌-피나 파이다)파의 활동에 질린 건지 아니면 레아가 불쌍했는지 은근슬쩍 토르-레아 구도를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은의 하모니카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도 나오고. 그런 면에서 오리진 보다는 그냥 외전이라는 제목을 붙이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 이하는 몇가지 궁금증.
.. 마스크 오브 아이즈는 YS4에서 셀세타 지방에서 만들어진 ‘달의 가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제는 달의 가면이 셀세타에서 사라진 것은 아돌 등장 500년 전. 즉 이스 부상 이후로 200년이나 지난 일이라는 것이다. 설정이 꼬인 걸까?
.. 프롤로그 이하 게임 내내 살몬 신전(이스 왕국)이 공중에 떠오른 것은 흑진주의 힘이라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덜레스는 살몬 신전을 떨어뜨려 흑진주의 힘을 완전히 사용하려 한다. 하지만 엔딩에서 흑진주는 속에 마의 근원을 품은 채로 여신들에 의해 봉인 당한다. 그런데 살몬 신전은 아무렇지 않게 떠 있다. 게다가 마법 역시 흑진주의 힘에 의해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마지막에도 태연하게 전위마법을 사용하고 있다. 반면에 이스 2에 가면 이스왕국은 하늘에 떠 있지만 이 시대에 ‘누구나 쓸 수 있는’ 마법을 사람들은 쓰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건 대체 어찌된 연유일까?
.. 덜레스는 토르 시나리오 중에 자신이 나피쉬팀의 궤를 폭주시킨 자들의 후예라고 말한다. 그렇다는 것은 그도 유익인의 후손이란 뜻인가 아니면 그냥 인간의 후손이란 뜻인가.
.. 「闇(야미, 어둠)」의 일족은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에스테리아는 섬이므로 외부에서 왔다 하면 에우로페 대륙에서 온 것인가 아니면 카난 지방에서 온 것인가. 유고편에서 그들을 蠻族(만족, 오랑캐)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 대륙 출신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토르 시나리오에서는 토르가 살몬신전으로 되돌아가고 유고가 지상에 남는다. 따라서 키스 퍼크트는 토르의 자손이고 달크 퍼크트와 지크 퍼크트는 유고의 자손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지상에 남은 리코 젬마의 자손이 루터 젬마, 유니카 토바의 자손이 제바 토바란 추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유니카는 여성이므로 남성의 성이 계승되는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 말이 맞지 않는다. 설마 로이는 데릴사위가 된 것인가?
.. 이건 정말 쓸데없다면 쓸데없는 궁금증. 대체 탑 안에 용암이 흐르고 물이 차있고 모래가 흐르는 건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흐른다는 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건데 위에 용암과 모래가 샘처럼 나오는 공간이라도 있나? 그리고 밑바닥에서는 어떻게 빠지는 것일까. 쓰잘데는 없지만 진짜 궁금하다.
.. 또 하나, 다므의 탑 안에서 우리를 도와준 여신상/사신상은 이스 1에 오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 어쨌거나 아쉬운 부분도 있고 조금 짜증나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이스는 이스다. 짜증나는 부분만 개선했으면 훨씬 즐거운 게임이 되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긴 해도 이 맛에 이스를 하는 것이 아니겠나. 하지만 가장 짜증나는 건, 이제 좀 그만 질질 끌고 아르타고의 오대룡편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난 이스 6가 나올 때 당연히 아르타고의 오대룡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가 나피쉬팀의 궤로 나옴으로서 유익인의 멸망을 다뤘기 때문에 그건 그렇다 치고, 아르타고의 오대룡은 여신이랑 별 상관이 없는 동네라 그런가? 그래도 이제 굵직한 건 나올게 없는 것 같은데...
.. 아무튼 끝. 길었다. 자야지.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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