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omain of the Wind

.. 시작부터 스토리는 안드로메다행의 예감을 팍팍 밀어부어 주셨다. 내러티브를 꽤 중요시 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불안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면서도 화려하고 끝내 주는 영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은 감독이나 배우의 면면을 봤을 때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정이 환타지라도 내러티브가 좋다면 그걸로 충분. 뭐 그러다가 제대로 걸렸으면 대박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내내 긴 말을 쓸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저 멋진, 끝내 주는 영상을 기대했고 그 기대는 예상대로였다.

.. 전반적으로 열차강도, 시가지 전투, 여러 집단들이 말 달리는 추격전 등이 멋진 씬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열차 강도씬은 그렇다 치고 시가지 전투에서 보여주는 정우성의 와이어 액션은 진국이랄까. 아니 웨스턴 액션에서 한손으로 줄 잡고 날아댕기면서 엽총을 갈기는 걸 대체 누가 상상이냐 했냔 말이야. 그야말로 무협지스런 액션에 그것도 정우성이!!

.. 말달리는 추격전에서도 정우성의 간지는 끝내준다. 게다가 윈체스터 돌리기의 간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니 진짜 저 새퀴는 남자인 내가 봐도 멋진 거냐. 아으 샹. 이러니 내가 울 마님 정우성 하악하악을 봐도 뭐라고 말을 못하지... 나도 같이 하악대는 걸. 흙. 그리고 말달리는 추격전 자체의 규모나 간지 자체가 역대 어떤 웨스턴 무비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쉽게 말해 간지폭풍이다.

.. 캐릭터 이야기로 들어가보자면 정우성은 카우보이 모자에 엽총. 어딜봐도 웨스턴 건맨의 기본 복장. 이병헌이야 뭐 알 수 없는 헤어스타일에 리볼버 싱글 액션. 이 쪽은 카우보이 모자에 망토가 더 어울렸을 거 같은데 정우성과의 차이점이 없어져서 그런지 그렇지는 않았고, 송강호는 총도 그렇지만 고글이라는 나름 퓨전.

.. 사람들 말은 분분할 것 같지만 이병헌도 나름 훈남 소리 듣는 녀석이건만 정우성하고 같이 세워놨더니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밀려버리더라. 역시나 기럭지 되고 얼굴되는 정우성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예술이랄까. 아주 그냥 다비드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존재 자체가 그림이 되는 배우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은 경우.

.. 송강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몸개그, 말장난 아으 이건 송강호가 아니면 살릴 수가 없다. 분명히 재밌고 즐거운 캐릭터. 영화 자체는 정우성과 이병헌이 없어도 송강호만 있으면 성립이 될 것 같은 영화기도 했다.

.. 이 캐릭터 구성이 괜찮은 이유는 역시 대의고 명분이고 그 딴 거 없이 그야말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의 캐릭터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거기에 추가하자면 한국 영화 특유의 러브씬, 러브코메디씬,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 개심씬 등등 영화를 진부하게 만들어 주시는 내용이 하나도 없...을 뻔 했지만 사실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이 들어갔기에 그 점에서는 마이너스. 대신에 이 세명에 어울리는 여배우가 있을리가 없으므로 러브씬이 안들어간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여튼 여기에 어울려 주시려면 어지간한 간지 끝장나지 않고선 불가능 하므로 차라리 러브씬 안들어가서 심플하고 좋았다.


.. 자 이쯤 칭찬해 줬으면 역시 까대기도 해야 하는 법.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내러티브. 매끄럽지가 않다. 한국제 소설이나 영화나 게임이나 다들 나오는 말이 내러티브가 안좋다인데 (영화는 요즘 이 부분에서 최고 퀄리티 급의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영화도 역시나 그것을 비켜나갈 수는 없었다. 특히나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 따위는 집어 넣지 않는 편이 나았다. 차라리 다른 걸로, 되려 자기들만의 '고집'이랄까 '가치관'이랄까. 그런 것에 의해서 철저하게 내러티브를 진행시켰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 거기다가 지도가 없어도 알아서 잘들 찾아오는 점에 있어서 대체 지도의 존재 의의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가장 큰 문제. 애초에 그 정도라면 지도를 구하기 위해서 고생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심지어 지도가 뭘 뜻하는 지도인지 대부분의 주요 세력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니까.

.. 독립군이 멍하니 떠버린 존재인 것도 아쉽다. 정우성의 등장 이유가 독립군의 의뢰인데 독립군은 그다지 별 존재 의의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정우성의 등장 이유도 희박해져 버린다. 그래서 억지로 손가락귀신을 끼워넣은 거겠지만 말이다. 이런 내러티브의 약점이 영상에 열광하다가도 그 열기를 팍 가라앉혀 버리는 느낌이다. 뭐, 어쩌겠나 나는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분명히 영상 하나는 간지 폭풍이라는 점에서 충분하다. 돈값은 충분히 했다. 다만 두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것이 문제.

.. 일단 내 삼국지에 대한 기억은 연의가 거의 베이스를 장식하고 있으므로 연의를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어 가 보건데... 장판파의 하일라이트 두 가지 중에 하나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

.. 일단 첫째가 조자룡이 70만 대군을 휘저으며 미부인과 아두를 구하려다 미부인은 우물에 몸을 던지고 아두는 갑옷 속에 숨기고 달리다가 하후은을 만나 청홍검을 얻어야 하는데... 하후은 만나는 씬이 없더라. 그 점이 살피 아쉬웠지만 뭐 그렇다 치고. 구해 간 다음에 유비가 '너 때문에 천하의 명장을 잃을뻔 했구나!' 라면서 아두를 던져버리는 씬이 없는 것은 더더욱 아쉬웠다. 나름 유비 카리스마 쩌는 장면인데 말이지.

.. 둘째는 장비가 장판교에서 혼자 조조의 대군을 막아내어 민간인들의 후퇴를 용이하게 하는 부분인데 이 부분은 완전히 삭제. 왜 이게 얼마나 간지나는 장면인데!!!! 아예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리고 연의에서 장판파 부분이면 관우는 관평 데리고 이 때 이미 하구에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살피 나는 듯 아닌 듯 하는데 정확하게는 기억이 안난다.

.. 뭐 근데 이런 건 넘어간다 쳐도 조운과 관우의 떡대/외모는 급실망. 관우라 하면 키 좀 190쯤 되어야 하고 떡대가 장난이 아닌 기골장대한 무사가 나와야 하는데 이건 뭐.... 게다가 조운은 좀 초미남 캐릭터였으면 했는데 역시 이건 뭐.... 사실 내가 좀 KOEI 게임 영향을 엄청 받아서 캐릭터 이미지가 그 쪽으로 굳은 면은 꽤 인정하는데 그래도 좀 잘 생겼으면 얼마나 좋았겠나 싶다. 특히나 조운 역에는 원래 정우성이 낙점되었다는데 뭔가 문제가 있어 꼬이고 정우성은 놈놈놈을 찍으러 가버렸다능... 놈놈놈 이야기는 또 나중에 하겠고

.. 그러고보면 카네시로 타케시가 제갈량이던데 이건 좀... 카네시로 타케시 오랜만에 본 듯해서 기분은 또 삼삼했지만 그렇게 잘 어울린다고도 안 어울린다고도 말하기가 애매. 카네시로 타케시 마지막으로 본게 또 오니무샤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 손권은 장첸이 했는데 이 자식 얼굴이 눈에 익어서 대체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하다가 나중에 생각해 봤더니 벌써일년 뮤직비디오... 아 와호장룡에서도 나왔었다. 손권 이미지랑은 또 맞는 듯 안 맞는 듯. 그래도 관우만큼 미스매치는 아니니까 일단 넘어가고.

.. 주유는 왕조위. 아 이 아저씨 색계에서 그 섹시한 엉덩이를 보여주시더니 이번엔 소교랑 붕가붕가 하는 씬이 좀 많이 약했음. 아 그러고보면 소교. 홍콩의 김태희라는 말이 있던데 영화에서는 소교라는 컨셉에 안 맞는 미모가 아닌가하고 영화 내내 생각했는데 나중에 스틸샷을 보니 얼씨구 역시나 3빨 크리는 답이 없다.

.. 그러고보면 영화 내내 주유와 제갈량. 그러니까 양조위와 카네시로 타케시의 후로게이 놀이를 강조하던데 이건 뭐... 역시나 후로게이가 대세인가효? ㅋㅋㅋ 거문고인지 뭔지 튕기고 노는 씬에서는 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그러고선 둘이서 대화를 나누시더라는 대사에서는 두둥. 아 역시 후로게이짓. 이젠 영화에서 마저 BL 코드를 집어넣는 거냐아~!

.. 손상향은 조미가 맡았는데 조미는 역시 황제의 딸에서가 제일 예뻤다. 소림축구에서도 그다지 이뻐보이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괄괄한 성격에는 잘 맞는 거 같아서 이 쪽 캐스팅은 괜찮았단 느낌. 근데 연의에서는 호랑이 타고다니는 여걸 아니었던가?

.. 감녕은 일본 배우. 나카무라 시도. 이게 나중에 알고보니 감흥이라고 이름을 바꿔놨던데 일본인 배우라서 그랬나? 그건 모르겠고 어쨌든 감녕 역할을 한 건 맞으니까. 내가 중국어를 아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감녕이라고 나온 줄만 알았음. 이름이 나카무라 시도라는 건 나중에 알았는데 이 인간 알고보니 지금 만나러 갑니다에 나온 그 인간이었다. 왜 기억 못했을까 -_-; 타케우치 유코랑 얼마전에 이혼했는데 것 참...

.. 아 캐릭터 이야기만 주르륵 한 것 같네;; 중구난방 늘어놓다보니 이렇게 되어 버린다능. 자 다음으로 짚어 볼 건 다시 영화 내용으로 돌아와서.

.. 팔괘진이다. 팔괘진 저렇게 연출해 낼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어쨌든 괘 괜찮은 영상이 잡혔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장비가 맨손으로 나와 애들 때려잡고 말을 날려버리는 씬에서는 경악. 아 역시 오우삼은 간지가 뭔질 안다니까. 특히나 그 놈의 카메라 속도 늘렸다 줄였다를 정말 예술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감독이라는 점. 그리고 주유가 핑그르 돌면서 뛰어 오르더니 손으로 화살을 목에 꽂아버리는 장면은 그야말로 ㄷㄷㄷ. 아아 이 님 간지 하나로 승부한다니까!!!

.. 근데... 근데... 그 팔괘진 씬 보면서 난 촛불집회가 연상되더라. 제기랄 애들 방패 찍고 버티다가 들어올리고 그러다 또 대형 유지하고... 며칠 전까지 현장에서 대치하던 그 장면이 자꾸 머리 속에 떠올라서 마음이 심란해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이건 별 내용 아니니까 걍 넘어가고.

.. 자 이제 팔괘진에서 승리하고 승리를 만끽하고 있는 걸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내려왔다. 그리고 여지없이 뜨는 다음에 계속...... 알고는 있었는데 역시 보니까 아흙. 근데 제갈량 기량 시험한다고 화살 10만개 만들어 오라는 건 왜 안살리는 건데?

.. 아 그리고 마지막에 비둘기 보면서 한 생각. 역시 오우삼=비둘기? ㅋㅋㅋㅋ 더 웃긴 건 중간에 병사들이 축구하는 장면. 아니 이건 뭐.. 축구 중국 기원설에 아예 못을 박으시려구? ㅋ 그야말로 현대 축구와 별 차이도 없던데. 조조가 병사들 보면서 '운동을 잘하는군!' 이러면서 웃는 걸 보니 꼭 군대 시절 사단장이 사단 대회 열어놓고 웃는 게 오버랩되는게 이건 뭐... 군대는 역시 시공을 초월해서 똑같은 거야?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