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사람들의 스포일러 공세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귀를 틀어막으면서 버텨온 나. 마님도 올라오셨겠다 영화를 보러 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주중에는 바빠서(정말로?) 정신 없었고 이제 황금같은 3일 연휴. 뭐 여유있게 볼 수 있겠다 싶었다. 뭐 하지만 언제나처럼 여유있을 리는 없고(그 이유가 이틀간 30여시간을 잤기 때문이라고는 말 못한다) 마지막날 저녁에 거지같은 KTF 프리미엄 라운지 영화 예매 서비스 덕분에 헉헉 대며 저녁 9시 영화를 예매했다고는 더더욱....
.. 어쨌거나 봤다. 주변 사람들의 극찬 속에 엄청난 기대를 보고 봤다. 배트맨 비긴즈도 보긴 봤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 나질 않았지만 어쨌거나 배트맨은 배트맨 아닌가.
.. 사실 이 영화에 대해서 무슨 분석을 한다거나 그러고 싶지는 않다. 뭐랄까. 괜히 잘 봐놓고 흠집 잡기 하는 거 같아서 더더욱 뭐라 하기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놈의 글쟁이 본성이랄까. 주접데기 근성이랄까. 몇 마디 싸지르지 않고 넘어갈 수는 없다.
.. 1. 주인공은 배트맨이다. 조커가 아니다. .. 수 많은 관객들이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에 극찬을 한다. 아니, 나조차도 그러하다. 그만큼 조커는 임팩트 있는 캐릭터였다. 하지만 주인공은 배트맨이다. 이 영화의 초점은 '히어로의 고뇌'이다. 그것도 남에게 자신을 내세울 수 있는 히어로가 아니라 남들에게, 즉 지켜주어야 할 대상들에게 욕을 먹는 히어로. 존재 자체가 세상의 부조리를 나타내기 때문에 더더욱 고뇌해야 하는 히어로. 모든 영광은 빛이 가져가고 모든 모욕은 어둠이 져야하는 세상. 그리고 어둠 속에서만 활약할 수 있는 영웅. 바로 배트맨. 배척받는 히어로의 고뇌. 그것만으로 이 영화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손 꼽힐만 하다.
.. 2. 주인공보다 더 주인공 같은 악역. 조커 .. 악역이다. 거기다 골 때리는 악역이다. 카오스 그 자체. 돈? 필요없다. 그저 혼돈을 원한다. 재미를 원한다. 본능에 충실하다. 끝내준다. 히어로의 약점을 철저하게 파고든다. 모르겠다 히스 레저가 죽은게 조커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는데 그의 연기를 보면 수긍이 간다. 그만큼 완벽했다. 조커가 없었으면 이 영화는 앙꼬없는 찐빵이다.
.. 3. 해결은 시스템, 그리고 미국식 히어로 하비 덴트. .. white knight. 다크 나이트와 비견대는 빛의 기사. 양지의 영웅.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눈 마피아 증인을 향해 날리는 강펀치.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불타는 정의.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에 의해 적법하게 이루어지는 룰 위의 사나이. 그리고 썩소가 지극히나 잘 어울리는 그야말로 전형적 미국식 히어로. 그의 타락은 이해가 가면서도 시스템의 붕괴와 절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의 진수였다.
.. 4. 승리자는 고든과 시장. .. 역시 공무원이 킹왕짱. 그 생각밖에 안들더라. 세상은 처신이 중요해.
.. 5. 기타 잡설. .. 라우 갈굴 때 레이첼 언니의 짜세가 무척이나 요염해 보인 건 나 뿐일까? 근데 생긴것도 은근히 스타워즈의 레이아공주를 연상케 하는 볼살 탱탱 언니라서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정말 궁금한 거 하나 더. 과연 그 배의 사람들. 내가 아는 '인간'이란 종족이라면 주저않고 상대 배의 기폭 장치를 누르지 않았을까?
.. 아는 녀석이 이 영화를 보기전 내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 "모따가 후반 연장 시간에 극적으로 골을 넣어서 팀이 이긴 거야. 근데 선수생활을 접어야 될 부상을 당해 버렸어. 하지만 사람들은 그를 비난해."
.. .............ㅆㅂ 이 이야기 한 방에 대충 결말을 예상하긴 했지만 정말 그대로일 줄이야... orz
.. Ps. 마지막 내용이 이해 안가는 분은 '모따'를 '박지성'으로 치환하고 읽어보시기 바란다.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올 해는 바다 한 번 못가보고 지나가나 했는데 이걸로 바다에 오기는 왔다. 아쉽게도 갈아입을 옷을 안 챙긴 탓에 바닷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뭐, 발만 담그고 와도 좋기는 하더라. 게다가 말이지. 걍 간 게 아니라 맛난 거 먹고 왔거든.
.. 회!회!회! 예이~!
.. 광어+우럭+이름 모를 고등어 닮은 고기-_-;+게르치+오징어=4만원. ㄳ
.. 거기에 초장 사고 깻잎 사서 바닷가로 들고와 냠냠. 솔까말. 서울에서 먹는 거 하곤 맛이 비교가 안된다. 서울에서 먹는 푸석푸석한 회를 생각하면 에러. 이 동네 오면 반드시 먹어야 한달까... 활어 직판장이 있기 때문에 직판장에서 회만 뜨고, 초장집에 가서 먹거나 혹은 초장 사서 다른데 가서 먹으면 그만. 그나마 초장집도 비싸기 때문에 걍 방파제나 바닷가에서 먹는 것을 추천한다.
.. 암튼 회를 이만큼 먹고 나서 바닷가에 발 좀 담그고 느긋하게 누워 있자니 시간이 주르륵 지나 이제 슬슬 날도 어두워져가기 시작. 그런데... 어디선게 풍겨오는 돼지고기 주물럭 냄새가 일행의 코를 제대로 자극 ㄷㄷㄷ
.. 결국엔 돌아오는 길에 주물럭 사와서 해 먹었음. 맛 있더란~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