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말을 쓸까 했지만 여러말을 쓸 필요조차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이미 끝난지 이틀도 넘은 경기고, 승리의 기쁨은 달콤하나, 이제 다음 경기에 눈을 돌려야 할 때인 것 같기 때문이다. 그냥 하고 싶었던 몇몇 말들만 하고 이 글을 마무리 지어야겠다. 괜히 글 쓴다고 사진까지 업어왔는데 좀 머쓱하긴 해도... ^^;
.. 1. 승리의 이유 첫번째: 파리아스의 변칙적인 기용.
.. 전반에 김태수 내리고 조찬호 기용.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진성 빼고 오카야마 투입. 그것도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수로. 그리고 마지막에 데닐손을 빼고 유창현 투입.
.. 정확히 말하면 흐름은 이렇다. DM성향이 강한 김태수를 내리면서 대신 AM 혹은 SS에 가까운 조찬호를 집어 넣음으로서 수비 전술을 내세운 GS를 파고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 그리고 오카야마의 공격수 기용은 그야말로 이번 경기의 백미였는데 파리아스를 제외한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그게 먹혔다.
.. 오카야마는 키가 크다. 187정도던가 되는데 파리아스는 GS의 수비진이 장신공격수에 약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오카야마의 투입 이유는 다름아닌 '파울을 얻어서 세트피스를 통해 골을 넣어라' 였다. 난데없는 오카야마의 투입 덕분에 GS의 수비는 우왕좌왕 거렸고, 투입 직후 얼마 안되어 노병준이 헤딩골을 넣는데 일조했다.
.. 오카야마의 투입 자체는 상당히 뻥카 성향이 강했는데 실제로 골이 들어가서 1:1이 되었고, 그 뒤에 이승렬한테 골을 먹힌 다음에는 또 2번째 골인 유창현 헤딩에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 세번째 골, 즉 유창현의 역전골 장면에서는 조찬호의 그라운더 크로스를 슛하는 척 하면서 흘려주었고, 결과 유창현의 발에 제대로 걸려 멋진 역전 골이 나왔다.
.. 여기까지는 가끔 있는 장신 수비수의 공격수 기용이긴 했다. 그런데 그 다음 일이 그야말로 파리아스에게 돗자리를 깔아줘야 하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일이었다.
.. 바로 중앙 수비수 김형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던 것. 2번째 경고건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어쨌거나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했고 오카야마가 무난하게 그 빈자리를 메꿨다. 즉, 선수 1명의 교체로 공격에서 세 골을 만들어 내는데 도움을 주고, 수비 공백까지 없앴던 것.
.. 그리고 주전 스트라이커 데닐손을 내리고 유창현을 넣었던 것도 평가할만 하다. 유창현은 동점골과 역전골을 넣으면서 그 진가를 과시했는데, 그야말로 배고픈 선수가 독을 품으면 어떤 퍼포먼스롤 보여주는지에 대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 2. 승리의 이유 두번째: GS 선수들의 자멸
.. GS선수들은 전반부터 GS선수들에 대한 파울 지적에 매우 신경질 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반에만 해도 기성용이 항의하러 달려들었고, 김진규는 파울 지적에 공을 던지고는 경고를 받았다. 하도 많은 일이 있어서 일일이 다 기억도 못하겠지만 꽤 많은 수의 선수들이 파울에 대해 항의하다가 경고를 받았다.
.. 이날 GS 선수들이 받은 경고는 전부 다 해서 9개. 그 중에 김치우와 김치곤은 2개씩 받아서 총 7명이 경고를 받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특히 자멸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은 후반 중후반에 발생했다. 포항이 3-2로 역전하고 난 뒤 포항의 김형일이 애매한 판정으로 경고 누적으로 퇴장명령을 받았다. 김형일을 항의하려 하다가 노병준이 말리자 군말없이 경기장 밖으로 빠져나갔다.
.. 그런데 김형일 퇴장 직후, 중앙에서 GS의 김치곤이 노병준에게 파울을 했다. 이 때부터 그야말로 이 경기의 백미, 즉 GS의 자멸쇼가 만개했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 - 김치곤이 노병준과 경합 .. - 주심의 파울 선언 .. - 김치곤이 그에 대해 흥분하며 항의 표시를 함. .. - 주심이 항명에 대해 경고를 다시 꺼내려 함 .. - 더 흥분한 김치곤이 주심을 향해 다가서는데 포항 신형민이 말리러 오자 밀쳐서 쓰러트림 .. - 주심이 경고를 꺼내고 2장째의 경고여서 퇴장을 선언 .. - 이에 GS의 김치우가 항의의 뜻으로 공을 뻥 차버림 .. - 주심이 이를 보고 김치우에게 경고를 꺼냄. 역시 2장째여서 퇴장을 선언 .. - 김치우가 흥분하다가 포항의 신형민을 머리로 들이 받음. .. - 이후 GS의 선수들이 주심을 향해 달려들었으나 어찌됐든 사태는 진정되는 것으로 보여짐 .. - 하지만 김치우가 나가면서 포항 관중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림 .. - 포항 관중들이 오물을 투척함
.. 대충 이정도의 흐름이다. 10-11로 싸웠어도, 아니 10-10으로 싸웠어도 어찌됐건 승부차기까지 끌고 갈 수도 있고, 다시 동점이나 재역전을 바라볼 수 있었던 GS였지만 중심에서 2명이 빠지면서 승리할 기회를 완전히 놓친 GS였다. 그리고 그 이후에 포항은 위 이미지의 상황인 프리킥 상황에서 노병준이 네번째 골을 성공시키고, 경기가 끝나기 직전, 노병준이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5-2를 완성시켰다.
.. 3. 심판에 대처하는 감독의 자세
.. 귀네슈는 심판에 대해 많은 불만을 쏟아내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지난 컵대회 8강 인천전에서는 심판에 격렬히 항의하다가 퇴장처분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 컵대회 4강 포항전은 1, 2차전 모두 벤치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결국 경기에서 판정을 내리는 것은 심판이란 것이다. 그 심판을 상대로 싸워 이길 수 있는 감독과 선수는, 내가 아는 한에서 없다.
.. Ps. 오카야마 카즈나리 선수가 저번 K리그 전북전에서 데뷔를 했는데, 이번 피스컵 코리아 4강 2차전에서 홈 데뷔를 했다. 홈 팬들 앞에서 멋진 경기를 보인 오카야마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짤막하게 오카야마 극장을 시작했다. 물론 이번은 별다른 준비가 없어서 "포항 스틸러스 파이팅!"이라는 짧은 말로 끝났지만, 앞으로는 예전 센다이에서 보여주던 모습을 보고 싶다. :)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 이 岳飛伝(악비전)은 銀河英雄伝説(은하영웅전설)이나 創竜伝(창룡전)이나 アルスラーン戦記(아루스란 전기) 등으로 유명한 田中芳樹(타나카 요시키)의 편역작입니다.
.. 01년에 中央公論新社에서 출간하기 시작해서 전 4권으로 마무리 됐던 것을 03년에 講談社에서 판권을 사들인 뒤 전 5권짜리로 재 출간한 녀석입니다. 제가 산 건 코단샤판입니다.
.. 깔삼하게 5권 지르기~
.. 악비(1103~1142)는 송대의 유명한 장군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앞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쉽게 말해 관우와 동급으로 여겨지는 한족(漢族) 최고의 영웅정도로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싸우면 항상 이기는 상승(常勝)장군으로 유명했고, 그 결말이 정적에 의해 제거 되었으며 시호조차 충무(忠武)이니 어찌보면 한국 시점에서 충무공 이순신을 떠올릴만한 장군이기도 합니다.
.. 제가 악비라는 인물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陳舜臣(친슌신, 추리/역사소설 작가, 중국계 일본인)씨가 집필한 '소설 십팔사략(小說十八史略)'을 읽고부터입니다. 그 당시 해적판으로 출간되어 '황하'라는 타이틀이었는데 집에서 수십번도 더 읽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인물 중 한명이었습니다. 물론 한족 정통론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렇습니다만 어찌됐거나 그 소설에서도 매우 눈에 띄는 인물이었던 것은 확실합니다.
.. 한국에서 딱히 악비가 조명된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중국역사에 빠져있단 고교시절까지는 딱히 악비에 관한 서적을 찾아보질 못했습니다. 물론 악비를 파고 들어야겠다는 매우 강한 의식이 있던 것도 아니라서 더 그렇기도 하겠지만 당시 넘쳐나던 삼국지, 일본 전국시대 책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송대의 이야기, 특히 북송 말기~남송시대의 이야기는 찾아보기가 힘들었지요.
.. 그러던 와중에 2004년 정도에 타나카 요시키의 아루스란 전기 신간이 대체 언제나오나 하고 일본 쪽 웹을 뒤져보다가 눈에 띄었던 것이 바로 이 악비전입니다. 악비라는 이름이 반갑기도 했지만 편역이라는 점도 눈에 띄었습니다. 타나카 요시키가 과연 중국어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의심스럽기도 했습니다.
.. 하지만 당시는 돈 문제도 그렇고 다른 부분에 신경을 더 많이 쓰고 있던 시점이라 악비전에 대한 것은 접어둔 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얼마전부터 제가 주로 사용하는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에서 일서 주문을 받기 시작했는데 당시 사용 기한이 다 되가는 마일리지를 소진한다고 책을 몇권 주문했습니다. 근데 거기에 타나카 요시키의 책 한권을 끼워 넣었더니 그게 품절이라고 예치금으로 넣어버리더군요. 덕분에 그 예치금도 쓸 겸 책을 훑어보다가 이 악비전이 생각나서 결국 질러버렸다는 이야깁니다.
.. 현재 1권을 읽고 있는데 진도는 무지하게 안나가는 편입니다. 일단 오랜만에 한자표기 넘쳐나는 텍스트를 읽어서 그런점도 있지만 문체 자체도 옛날 중국 이야기를 하는 풍이고, 내용 자체도 역사서에서 읽었던 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중국에서 나온 영웅담 혹은 무협지를 그대로 가져다 쓴 느낌?
.. 옛날 옛날 하늘의 신선이 애로 태어났고…… 뭐 이런 식이라 되려 친슌신류의 날카롭고도 고증이 되어 있는 내용과는 차이가 좀 있네요. 어찌보면 창룡전의 느낌과도 비슷할런지 모르겠지만 창룡전은 일단 배경이 현대라서 느낌이 좀 다르긴 하네요.
.. 아무튼 자세한 감상은 전권을 다 읽고 나야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찌보면 타나카 요시키 자신이 SF무협지 혹은 페르시아 무협지를 쓰던 작가였네요.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