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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Wii를 무시하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게임이다.
.. 사실 Wii는 새로운 조작계를 갖고 나와 새로운 게임 경험을 주는 점을 높게는 치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함도 컸고(진짜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동세대 다른 게임기에 비해 그래픽은 구리지, 뭐든 가격은 비싸지, 정발은 국가코드 때문에 게임도 안나오지 하 이걸 뭐 어떻게 봐줘야 하나 뭐 그랬었는데.
.. 낚시다. Wii와 낚시는 궁합이 잘 맞을 거란 생각은 충분히 갖고 있었다. 2011년 작이지만 2013년 하반기에 나왔어도 완전 한국어화도 되었겠다. 낚시 콘트롤러도 동봉이겠다. 충분히 할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그간 좀 정신 없어서 지나갔는데, 연말에 이마트 갔다가 살까말까 하다가 결국 인터넷으로 구입. 그리고 며칠 정도 다른 게임 한다고 정신 없다가, 결국 켜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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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하염없이 빠져 들었다. 그래픽이 아무래도 별로긴 하지만(심지어 케이블도 RCA케이블이라 더 그렇다. 이 글 쓰기 바로 전에 컴포넌트 케이블 주문 -_-) 어쨌거나 바닷가의 풍경, 정글 풍경, 강 풍경 등을 바라보면서 물고기를 낚기 위해 낚시대를 던지고, 입질이 오면 부들부들 떨리는 컨트롤러를 위로 살짝 낚아 챈 다음 빙글빙글 돌리는 눈챠크의 맛!
.. 진짜 그거 하나만으로도 살 가치가 있다고 느낄 정도였다. 낚시하는 손 맛이랄까 그런 느낌.
.. 당연히 게임이 거기서 끝나는 건 아니다. 지역이 8개 지역이 있고, 각 지역마다 낚시하는 포인트가 적당히 존재한다. 각 지역에는 해변도 있고, 정글도 있고, 강도 있으며, 배를 타고 나가는 대양도 존재한다. 물고기는 해수어와 담수어로 크게 나뉘고 그 안에 각각 역대, 온대, 냉대로 나뉘어 진다.
.. 중간중간 재미 있도록, 당일 낚을 목표를 정해서 보다 많은 보상을 가져갈 수도 있고, 각 지역에서 몇몇 개의 퀘스트가 존재해서 퀘스트를 즐길 수도 있다. 물론 그런거 신경 안 쓰고 낚시만 할 수도 있다. 물고기 종류도 풍부하고, 랭크에 따른 보너스도 존재하고.
.. 전반적으로 게임 만듦새가 괜찮아서. '아 이 거 만든 인간들은 낚시광이겠구만' 이란 생각을 했는데, 뭐 진위여부는 알 수 없으나, 스탭롤을 봤더니 맨 처음 프로듀서에 나카 유지란 이름이. 과연 아. 싶더라는.
.. 쌓여있는 수만은 게임들을 뒤로 하고 Wii 게임이 거실을 점령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한동안은 계속 될 듯. 심지어 나만 하는게 아니고, 우리 마님도 하시고, 우리 딸도 옆에서 재밌게 지켜본다. 간만에 보는 풍경.
.. 물론 맘에 안드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고.
.. 일단 그래픽. 역시나 Wii라서 어쩔 수 없달까. 뭐 이 부분은 포기하고 넘어간다 치고.(반대로 그래픽만 PS3급만 되었다면 으어...)
.. 낚을 수 있는 물고기 수와 그에 따른 콜렉션 요소는 충분한 것 같지만, 퀘스트는 좀 더 많아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 정도.
.. 무엇보다 제일 큰 건 동봉된 낚시 콘트롤러가 돌리다보면 별로 느낌이 안 좋다. 삐걱삐걱 대는 느낌도 있고, 눈챠크를 돌리는게 아니라 위모콘을 돌리고 있을 때도 많다. 물론 어느 쪽을 돌리든 조작 자체에는 문제가 없긴 하지만 기분상도 그렇고, 삐걱거림 때문에 뭔가 맘 편하게 즐겁게 돌리지 못하는 느낌이 좀 많이 든다. 나만 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겠지만 마님도 꽤 즐기시는 차에 이건 좀.
..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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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릴을 사다가 이렇게 만들어 보았다. 릴을 써서 자작한 것을 일본 여러 웹 사이트에서 찾았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원래는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는데 배송비 하면 어차피 7~8천원 나올 것 같아서 그냥 동네 낚시집 간 다음 제일 싼 거 아무거나 주세요 했더니 만원에 주더라능. 돌려보니 나름 나쁘지 않아서 그럭저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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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루건으로 풀을 녹여서 붙였다. 위모콘은 배터리 교환을 위해 고무줄로(사실 접착식 타이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눈챠크는 굳이 바꿀 필요가 없어서 케이블 타이로 묶고 X자로 해놨다. 그래도 가끔 벗겨지려 해서 다시 땡겨주는 편.
.. 글루건을 사용한 이유는 나중에 제거할 때 별다른 문제 없이 깔끔하게 떼지기 때문이었다. 본드는 그 순간 플라스틱이 녹아버려서 쥐쥐. 다만, 글루건은 처음에 잘 안 붙기 때문에 충분한 양을 발라 놓고 고정시키고 잘 말려줘야 한다. 그리고 고무줄이나 케이블 타이 같은 걸로 고정 안해주면 쥐쥐. 고정 잘하는게 느낌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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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걸로 게임을 했더니. 아주 대박. 진짜 대박. 느낌이 차원을 달리 한다. 진짜 낚시하는 것과 당연히 차이는 있겠지만 이걸로도 충분히 재밌다고 해야할까. 다시는 원래 동봉된 낚시 콘트롤러 못 쓸 것 같은 느낌. 집에서도 간단히 제작 가능하니까 이 게임 하시는 분들은 꼭 시도해 보시길. 최고임.
.. 이제 컴포넌트 케이블만 오면 좀 더 행복해 질 것 같다. 이 게임으로 막 4미터짜리 피라루쿠 낚고 이러는데 진짜 재밌다. 긴장감이 장난이 아님. 허허허허. 심지어 루어 낚시와 플로트 낚시가 뭔지도 잘 모르다가 막 낚시 공부를 하고 있고 ㅋㅋㅋㅋ
.. 공략본이 있으면 사고 싶은데 일본에도 출간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웹에 이래저래 공략 위키 같은게 있지만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아무래도 불편하고. Wikia에 공략 위키라도 만들어 버릴까 그런 생각을 문득. 시간 없겠지 아마도.
.. 어쨌거나, 한동안 거실에서 다른 게임은 못 켜볼 것 같다 ㅋ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