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번 일본 출장 가기 전에 마님이 농담삼아 타코야키 판을 사오라고 했는데 정말 사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정도 빡빡했을 뿐더러, 내가 출장 가는 근처에 그런 걸 팔만한 데가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맥주를 사러 톤키호테에 갔더니 이게 웬 걸. 타코야키기 999엔이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생맥주를 열잔 정도 마신 뒤에 살짝 취한 채로 '아 타코야키기 사 가면 되겠다 ㅋㅋㅋ'라고 생각하면서 타코야키기를 챙기고, 타코야키 가루를 챙겨서 사 와 버린 것.
.. 출장에서 돌아온 바로 다음 날 제주도에 가야 해서 바로는 못 만들어 봤다. 마침 제주도에는 내가 예전에 게임기용으로 사용하던 변압기가 있어서 챙겨 왔다. '이젠 타코야키를 먹을 수 있어!'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 확인해보니 내 변압기는 소형. 100VA가 한계 용량 Orz. 타코야키기는 전열기라 무려 650W를 사용하는 기계였다. 당연히 가져온 변압기는 에러. 그래서 1KVA 용량의 변압기를 추석 연휴 때 구해와서 결국 만들어 보게 되었다.
.. 타코야키 가루 반죽을 80% 정도 붓고 거기에 문어 투척
.. 일단 타코야키 가루에 계란을 풀어 물과 함께 반죽했다. 사 온 타코야키기가 한 번에 18개를 구울 수 있는데 사온 가루가 딱 3회 분량이 나온다. 물론 둘이 먹으면 배 가 한창 부를 분량. 어쨌거나 반죽을 해서 구멍의 80% 채우고 그 곳에 문어를 한 조각씩 슝슝 집어 넣었다. 아, 그 전에 구멍에 기름을 얇게 둘러야 한다. 원래는 양배추도 넣는다던데 양배추 값이 미친 듯한 가격이라……………….
.. 그 위에 다시 반죽을 부어 가득 채움
.. 그리고 그 위에 반죽을 다시 부어 가득 채운다. 사진은 너무 많이 채운 것 같긴 하지만 뭐 처음 해보는 건데 어쩌리.
.. 익기 시작하면 살살 돌려가면서 익힘
.. 이제 익기 시작하면 조금씩 돌려 가면서 구우면 된다. 한 번에 뒤집는 건 안된다고 아따맘마에 나왔으니 안되는 거겠지(……).
.. 다 익으면 이렇게 꺼내서
.. 이렇게 접시에 올려 놓고
.. 오코노미야키 소스와 마요네즈와 카츠오부시로 완성
.. 원래는 아오노리도 뿌린다는데 아오노리가 없어서 과감히 생략. 역시 같이 사온 오코노미야키 소스를 뿌려주고, 그 위에 마요네즈 뿌리고, 코스트코에서 사온 카츠오부시를 듬뿍듬뿍 뿌렸다. 일단 이것으로 타코야키는 완성.
.. 맛은 처음 만든 것이라 그런지 밸런스는 좀 안 잡혔다. 문어가 커서 그런지 문어 맛이 매우 강했고, 오코노미야키 소스도 마요네즈도 카츠오부시도 모두 듬뿍이라 각각의 맛이 강해서 으음…………. 근데 원래 타코야키가 그런 거던가? ㅋㅋ 매우 맛있는 맛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만 그냥 한국에서 아무데나 파는 정도 맛은 되는 듯 했다. 사실 이 기계 쓸모없이 안 좋지 않을까 했는데(겨우 999엔!) 의외로 성능은 괜찮았다. 아니, 일단 문어가 듬뿍이라 맛은 있다고 맛은 ㅋㅋ
.. 같이 사온 술 들.
.. 이 날 마신건 에비스 더 호프
.. 이런 거 먹는데 맥주가 빠질 수 없다. 이번에 사온 맥주가 에비스 몰트, 에비스 더 호프, 에비스 실크 에비스, 에비스 더 블랙 네 가지인데(사실은 산토리 프리미엄 몰트도) 이 중에서 이 날은 에비스 더 호프와 함께. 맥주 맛은 이름 그대로 호프. 보리맛 쩌는 맥주다.
.. 2번째
.. 접시도 바꿔봤다
.. 이 녀석들은 2번째로 구운 녀석들. 좀 더 잘 뒤집었고, 양도 조절을 잘 했고, 기름도 좀 더 잘 발랐고, 양념의 양도 약간의 조절을 해서 이 쪽은 꽤 괜찮았다. 적어도 정말 맛있는 타코야키집이 아니라 걍 길거리 노점 정도는 충분히 되는 듯.
.. 타코야키 가루를 제대로 공수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걸리는데 소맥분으로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안그래도 오코노미야키 가루도 타코야키 가루도 한국에서 구하려면 잘 구할 수도 없고 가격도 비싸서 골치 아픈데 해결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오코노미야키 소스는 좀 비싸긴 해도 한국에서 구하는 건 딱히 문제가 없으니까.
.. 간단한 술 안주로는 좋은데 문제는 역시 문어. 삶은 문어 구해 두어야 하는게 가장 큰 문제. 그래도 맛 있으니 마님이 몇 번 더 해주실 듯.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