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시작 전.
.. K리그 5R 순위 1위 성남(4승 1무, 13점)과 2위 포항(3승 1무 1패, 10점)의 대결이었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어 질 수도 있는 상황. 게다가 양팀의 주포 이동국(4골 1PK)과 우성용(4골 3PK)의 득점 수위 다툼도 주요 포인트 중에 하나였다.
..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수도권 원정에서 처절하게 힘을 못 쓴 포항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게다가 작년 성남 원정은 컵대회 0:0 무승부, 후기리그 폐막전 2:2 무승부의 아쉬움을 남겨주는 결과였다. 그러나 올시즌 포항은 개막전 이후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주며 다른 팀을 떨게하는 공격력을 보여주는 지라 거기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었다.
.. 리그팬들 사이에서도 올 시즌 최고의 게임으로 뽑히는 포항 대 전남전(2:2 무승부)에서 보여준 수준 높은 공격력은 리그 수위 성남이라 하더라도 우리가 녹록치 않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마침 성남은 4승 이후에 전남에게 일격을 당하며 무승부를 기록하여 예봉이 꺾였고, 포항으로서는 그동안 매우 껄끄러웠던 SK를 상대로 1승을 거두며 사기가 상승하는 시기였다.
.. 1. 포메이션 설명
.. 포항은 작년 파리아스 감독 부임 이후에 짭짤하게 재미를 봤던 포메이션인 3-4-1-2를 꺼내 들었다. 황지수를 볼란테로 두고 김기동을 앵커맨으로 두는 포메이션. 작년까지 수비였던 오범석을 우측 미드필더로 포진시키고 일본 시미즈 S 펄스에서 국내 복귀한 최태욱을 좌측 미드필더로 포진 양 사이드의 미드필더 플레이를 극대화 시키는 방책이다.
.. 수비는 전통의 3백. 작년 절망의 벽이었던 산토스의 경남 이적 후, 김성근이 중앙을 맡고 이정호와 조성환은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가며 서고 있으나 이정호의 경우 왼쪽에서의 포스가 좀 더 좋은 모습.
.. 공격은 이동국과 고기구의 투톱. 둘 다 장신이지만 이동국의 경우 국대 합숙 후에 퍼스트 터치와 드리블이 매우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보도의 전가인 파워 터닝슛 역시 물이 오른 모습. 반면에 고기구는 단순히 헤더로만 보이던 이미지를 깨고 나름대로 포스트 플레이와 함께 이동국에게 향하는 패스에도 나쁘지 않은 모습. 그 밑을 바로 따바레즈가 받춰주는 형국이다.
.. GK에는 김병지의 GS 이적 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신화용이 낙점. 개막전 부터 보여주는 수퍼 세이브 퍼레이드는 큰 불안감을 느낄 수 없다. 다만 아직까지 수비 조율이 아쉽지만.
.. 한편 학범슨(김학범) 감독이 꺼내든 포메이션은 4-3-3. 올 시즌 안정된 4백을 사용하며 여전히 강력함을 보여주는 성남은 조병국의 복귀로 인하여 김상식을 원래 자리였던 볼란테로 이동시키고, 이번 경기에 대비해 역삼각형 미들의 한 축이었던 히카르도를 볼란테로 이동시켜 더블 볼란테 순삼각형 시스템. 김두현을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하려는 수가 읽어지는 포진.
.. 수비에는 국대에 깜짝 발탁된 연습생 신화 장학영이 왼쪽을, 둘리 박진섭이 오른쪽을 차지하고 중앙에 역시 국가대표 김영철, 그리고 부상에서 회복한 에어병국 조병국이 자리했다.
.. 공격은 누구나 두려워 하는 두두-우성용-모따 3톱. 우성용의 포스트 플레이와 함께 두두의 돌파력 모따의 한방. 김두현과 히카르도의 양질의 패스가 저들을 통해 골문을 향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두려움의 대상이다.
.. 2. 포항 전술 성향 분석
.. 포항은 전체적으로 숏패스와 점유를 중시하는 점유축구가 중심이 되었다. 공격을 하기 위해 황지수와 3백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공격에 참여하며, 때로는 황지수나 이정호까지도 공격에 참여하는 극단적인 공격전술을 선호한다.
.. 포항의 공격전술의 핵심은 매우 빈번한 포메이션의 변화이다. 최태욱이 3톱으로 올라가면 이동국과 고기구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김기동이 최태욱의 자리를 맡고 따바레즈가 조금 내려오면서 전형적인 3-4-3 다이아몬드 포메이션(이후 3-4-3A)으로 변한다.
.. 반면 따바레즈가 왼쪽으로 가면 고기구가 안으로 들어와서 포스트 플레이를 하고 이동국이 오른쪽으로 빠져서 쉐도우 스트라이커 역할을 수행한다. 그 때는 대신 김기동이 위로 올라가는 형태를 띤다(이후 3-4-3B).
.. 이 세가지 포메이션이 수시로 바뀌는 것이 포항으로서는 매우 유연한 전술 운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작년과 비교해서 포메이션의 유연성을 높여주는 것은 의외로 이동국.
.. 올 시즌 이동국의 가장 달라진 점이라면 드리블로 골을 키핑하며 다시 패스를 통해 뛰어드는 모습이다. 과거의 이동국이 원터치 패스 혹은 트랩 후 바로 패스를 통해 무리한 패스를 남발하던 시절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동국이 볼을 잡으면 상대 수비수 두명이 꼭 달려 들어 거기서 공간이 발생하는 점이 포항으로서는 무척이나 유연한 공격을 할 수 있게 된 결정점이기도 했다. 덕분에 따바레즈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포항이 따바레즈를 막아버리면 미들에서 공격까지 공이 쉽게 전해지지 않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 올 시즌 포항 공격력의 극대화의 제1원인이기도 하다.
.. 또한 작년 시즌에서 돌아오지 않는 사이드&안습 크로스를 보여주던 우측 미들이 오범석으로 바뀌며 이른바 키핑 되고 돌파 되고 크로스 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고무적이다. 덕분에 따바레즈에 집중되던 공격 전개 양상이 매우 유연해 진 것이다.
.. 다만 아직 아쉬운 점은 좌측이다. 최태욱이 예상보다 포지션 적응이 느려지면서 베이스인 3-4-1-2의 활용도가 좀 떨어지는 모습이 걸린다. 3-4-3A의 형태를 띄면 크게 활약을 하지만 그 경우 미들이 얇아져 치열한 미들 싸움을 하는 경기에서는 주도권을 내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되려 돌파&키핑&크로스는 박원재가 들어가면 해결이 되지만 박원재는 3-4-3A로의 포메이션 전환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전술 유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안고 있다.
.. 셋피스 상황에서는 김기동과 황지수가 2선에 받춰주고 마지막 수비 라인에서는 이정호가 헤더로 참여함으로서 김성근과 조성환 둘이 남는다. 즉 2선에서 골을 넣을 수 있는 김기동을 제외하고 수비에는 단 3명만이 남는 상황. 덕분에 셋피스 실패 후 역습시에 공간을 내어주는 위기가 있다.
.. 일반적인 수비 시에는 최태욱이 좀 더 위 쪽에 포진해 공격으로의 실마리를 찾는 역할을 하고 오범석은 상대방의 윙 포워드를 맨마킹하는 형태를 띄기도 하지만 3백의 장점인 빠른 5백으로의 변환을 이뤄냈다. 다만 이 경우 상대방 미드필더들에 의해 중원이 장악 당하여 공간패스가 나올 확률이 높다. 실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볼란테인 황지수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나 아직까지 아쉬운 모습이 많다. 김상식이나 이호가 그리운 건 단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 3. 경기 시작. 치열한 미들 싸움
.. 시작 하자마자 김상식이 이동국과 헤딩 경합 중 거친 플레이를 해서 이동국이 잠시 쓰러져 있는 상황이 발생할 정도로 양팀의 투지는 상당한 정도였다.
.. 전반적으로 포항에서는 따바레즈-김기동-황지수가 성남의 김두현-히카르도-김상식을 상대로 잘 싸웠다고 표현할 수 있는 정도였다. 아무래도 미들의 격은 성남에 비해 한 수 쳐지는 건 사실이다. 김두현-김상식 두 국가대표 플레이어의 포스는 상당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히카르도 역시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고참이다. 하지만 포항의 경우 따바레즈와 김기동 선수가 분발을 해도 황지수 선수가 살짝 쳐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분발했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 골치 아픈 두두를 오범석이 맨마킹을 하고 최태욱은 미드필더에서 빈공간을 통한 돌파를 노리는 모습. 따라서 5백 보다는 오범석이 내려간 4백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 그러다 전반 11분 두두가 오범석과 조성환을 제치고 올린 크로스가 우성용에게 연결되는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전열을 재정비한 포항은 계속 미들 싸움을 펼치다가 후방에서 한방에 올라온 크로스를 성남 수비수가 헤더 클리어링 미스를 범해 이동국이 결정적 찬스를 맞기도 했다. 김용대 골리까지 제쳤으나 공은 골라인을 넘어가 버리는 아쉬운 상황.
.. 전체적으로 포항이 미들에서 우위를 가지기 시작하자 성남은 수비에 먼저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따바레즈와 최태욱의 월패스가 살아나면서 최태욱이 돌파에 성공하거나 혹은 따바레즈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하는 모습이 자주 연출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성남은 수비에 치중하게 되었고 포항은 좌측과 우측의 오범석이 활발하게 움직이며 많은 찬스를 만들게 된다
.. 특히 전반 44분 오범석이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이동국이 머리로 떨궈 준 것을 고기구가 찬 공이 아쉽게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을 때는 그야말로 골인 줄 알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한숨을 내쉬게 되는 상황.
.. 특히 이동국의 활발한 플레이는 성남 수비수들이 공간을 자꾸 내어주게 되는 일등 공신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동국이 김상식과 조병국을 계속 끌여들여준 턱에 미드필더에서 여유가 생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 4. 갑자기 무너지는 포항.
.. 후반 들어오며 학범슨 감독은 포메이션을 묘하게 손질한다. 바로 두두와 모따의 위치를 바꾼 것. 두두가 오범석에게 꽁꽁 막히고 모따가 이정호에게 잡히는 모습을 보고 그 둘의 포지션을 바꿔버린 것이다.
.. 하지만 후반 2분. 포항은 고기구가 PA안에서 파울을 당해 PK를 얻어내는 결정적인 찬스를 얻는다. 이동국과 고기구는 서로 포옹을 하며 기뻐하는 모습. 하지만 너무 빠른 기쁨이었다.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어 실축을 예상하게 되더니 이동국은 전매특허인 파워 슈팅은 온데간데 없고 그냥 무난한 슛을 때려버려 김용대가 바로 그 볼을 캐치하게 된다.
.. 이 시점부터 포항의 공격이 한풀 꺾이고 이동국의 움직임이 둔해지게 된다. 덕분에 수비에 부하가 걸린 탓인지 조성환이 후반 10분 경 부상을 입게 된다. 하지만 포항은 수비수를 리저브에 이원재 한 명만을 올려놓고 있었다. 경기 경험이 적은 이원재를 투입할 경우 수비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파리아스가 꺼낸 고육지책은 오범석을 수비로 내리고 그 자리에 오승범을 투입하는 것이었다.
.. 하지만 그게 바로 실책이었다. 오범석이 내려가고 오승범이 오랜만에 경기에 출장하며 경기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후반 15분 경 모따가 오승범을 제치고 오범석이 그 자리를 커버해 주지 못한 상황에서 PA 앞 부근에서 빈공간이 생겨버렸다. 자신있게 모따가 왼발 슛을 했고, 화날 정도로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면서 골망을 흔들어 버린다.
.. 결국 파리아스 감독은 황지수를 빼고 이원재를 집어넣게 된다. 오승범을 황지수 자리로 이동시키고 오범석을 다시 미드필더로 올리기 위해서였다. 적어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오범석의 재능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 역시 패착이 되고 만다. 이원재가 들어가자마자 우성용을 PA안에서 잡아 끌더니 PK를 내주고야 만 것이었다.
.. 키커는 우성용. 골대 오른쪽을 향해 찬 공이 신화용 골리의 손 끝에 맞았으나 그대로 골망을 흔들고야 만다. 포항으로서는 60여분간 잘 풀어온 경기를 단 5분 사이에 말아먹고야 만 것이었다.
.. 이후 파리아스 감독은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진다. 후반들어 침묵한 최태욱을 빼고 프론티니를 투입한 것. 하지만 프론티니가 들어가 분전해 보지만 성남은 그 공격을 쉽게 받아 넘기며 역습에 나선다.
.. 특히 이 와중에 장학영을 막아주던 오범석의 포지션 이동이 잦아 그 틈을 타 장학영이 살아나기 시작하고 덩달아 성남 전체의 움직임이 좋아졌다. 포항은 연속적으로 밀리며 겨우겨우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 그러다가 다시 성남의 기세가 한풀 꺾이기 시작한 것은 후반 35분 경. 포항이 미친듯이 두드리기 시작하자 성남도 다시 수비로 돌아서게 되었다. 하지만 성남의 수비는 견고했고 포항은 안타까운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 그러나, 후반 43분. 갑자기 따바레즈가 우측으로 파고 들더니 성남 골문 앞으로 낮은 크로스를 올린다. 이동국이 그 자리를 뛰어들면서 슈팅. 1점 만회.
.. 경기 끝나기까지 남았던 3분. 포항은 미친듯이 몰아 부치기 시작한다. 특히 마지막에 오범석이 때렸던 슈팅이 골대 옆으로 살짝 벗어나자 안타까움의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 5. 패배했지만 멋진 경기.
.. 전체적인 경기 흐름도 좋았고, 경기 내용도 좋았고, 수준도 높았지만 우리는 졌다. 특히나 이 경기를 통해 성남은 5승 1무로 아득히 도망가기 시작했고 우리는 3승 1무 2패로 간신히 2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고기구의 슛이 들어갔다면…… 아니 이동국이 PK를 실축하지만 않았다면……. 그런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 하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경기에 집중한 선수들에게는 고마울 따름이다. 작년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공격력과 집중력은 경기를 보는 내내 손을 쥐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5분 동안에 내리 두골을 내주고서 팀이 무너질만도 한데 그것을 잘 추스리고 막판에 한 골을 넣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 내 팀이 경기에 져서 안타깝긴 하지만 이겨도 무기력하게 이긴다면 기쁘지 않다. 단지 승점 3점을 챙긴 것만이 기쁠 뿐이지 선수들이 이쁘게 느껴지진 않는다. 허나 이 경기같이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하고 그 투지가 전해져 오는 경기라면 아쉬움은 남아도 선수들을 향해 잘했다고 소리쳐줄 수 있다. 내가 원하는 경기. 바로 그것이었다. 이겼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공은 둥글다.
.. 6. 다음 경기 전망
.. 다음 경기에는 수비에서 이정호와 조성환이, 미들에서 오범석이 경고 누적으로 인해 출장을 못하게 되었다. 수비 라인이 걱정이 된다. 사실 성남전에서도 조성환이 빠지면서 그 전력 누수를 감당하지 못해 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 3백은 이창원-김성근-이원재로 예상 되고, 만에 하나 박원재-이창원-김성근-오승범의 4백을 사용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될지는 뚜껑이 열려봐야 알겠으나 전자 쪽이 예상된다. 오범석의 공백은 오승범으로 채울 것 같으나 오승범의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진 것이 조금 아쉽다. 작년 막판에 보여줬던 포스라면 훌륭하겠지만 확실히 감각이 떨어진 것이 보인다. (후배! 힘내라구!)
.. 문제는 인천전이라는 점이다. 이상하게 작년에는 인천만 만나면 힘을 쓰질 못했다. 심지어는 포항 홈에서마저 인천에게 당했으니까. 인천의 전력이 한단계 낮아진 점은 위안이 되지만 수비 라인이 거덜난 상황에서 인천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백업 멤버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고가 다소 많은 포항의 입장에서는 경고 누적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안심이 된다. 이기기를 바라지만 힘들것 같고 무승부로라도 잘 막아낼 수 있다면 다행일지 모르겠다.
.. 7. 잡기
.. 과제 덕에 지금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너무나 멋진(울화통 터지는) 경기였기 때문에 짬을 내서 쓰고 있다. 사실 경기장에 갈 때도 2시간밖에 안자서 살피 제정신이 아니었다.
.. 탄천종합운동장의 특성상 원정석에서는 경기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아예 가는 김에 파랴스와 학범슨의 전술 특성을 좀 더 제대로 파악하려고 아예 2층에 자리잡았는데 거기 아저씨들의 걸죽한 홈팬 모드는 한마디로 부러움이었다. 질시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 기자석 넘어서 이준호씨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 것도 신선한 경험. 경기에 져서 화가 나서 인사도 안하고 그냥 왔지만(염장 당하긴 싫으니……) 오늘 경기는 작년 후기리그 마지막 경기에 이허 성남으로서는 피말리는 경기였을 거다. 그 점으로 위안을 삼아야지.
.. 후반 10분을 남겨두고 섭터석으로 내려갔는데 소리라도 지르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정도로 흥분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동국 골장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섭터들과 같이 똘똘 뭉친 아군모드는 그 자체로 기쁘고 또한 즐겁다. 올시즌 홈경기는 보이콧을 선언했기 때문에 수도권 원정이나 참여하게 되겠지만 역시나 다른 곳에서는 괴성을 지르면서 함께 할 예정.
.. 그 외, 여기저기의 숨은 포항팬 분들을 만나서 반가웠던 하루.
.. Ps. 아 제발 탄천에서 성남 좀 잡아보자 ㅜㅜ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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