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후기리그 7라운드 결과 3승 1무 3패. 2연패 후 가까스로 전기리그 우승팀인 부산을 홈에서 잡아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포항, 그러나 후기리그 우승은 물건너 갔다해도 통합순위 2위 안에 들어야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도 달성할 수 있는 포항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줘야 하는 경기였다. 차후 울산, 성남 등의 강팀들과의 경기가 남아있는 포항으로서는 그야말로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경기였던 것이다.
.. 반면 대전, 7라운드 결과 2승 1무 3패. 3연패의 아픔을 경험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패배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것도 3경기 연속 0:1의 석패. 대전으로서는 19일 성남 23일 전북 30일 인천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 연속적으로 포진해 있기에 더욱 1승이 절박했다. 게다가, 대전시티즌의 시민클럽 전환을 위해 시민주를 모집하기로 하는 등 경기에 있어서 승리에 대한 목표의식이 매우 뚜렸했다.
.. 그러나 포항의 경우, 스트라이커 이동국의 컨디션이 여전히 나쁜 편이었고, 따바레즈와 웰링턴과는 부상여파 때문에 아직도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상태였다. 그 뿐이랴, 최근 원정 3경기 동안 1무 2패의 부진을 보였다. 하지만, 대전과의 올시즌 경기는 두번 연속 1:0의 승리를 얻어내어 조금은 심리적인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 대전 역시 최근 9경기에서 8실점(1경기에 2실점 이상 없음)이라는 높은 수준의 수비실력을 자랑했지만 반면에 득점 역시 빈곤함을 드러내어 경기는 창(포항)과 방패(대전)의 경기를 예상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 후기리그 들어 베스트 일레븐으로 자리잡은 베스트 포메이션이다. 다만, 이동국/웰링턴/따바레즈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할 듯 하지만 이 글에서는 생략. 한마디로 저번 부산전의 선발 멤버와 그냥 동일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 2. 경기의 흐름.
.. 경기는 일진일퇴. 전체적으로 포항의 공격과 대전의 수비 후 역습의 전개가 계속 되어졌다. 전반 6분 대전의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따바레즈가 멋진 점프를 보여주며 헤딩하였으나 아쉽게 노골. 전반 8분 대전의 공오균 선수는 힘이 너무 넘쳤는지 웰링턴 선수를 뒤에서 잡아채 경고를 받고 만다. 그러나 이 즈음 경기의 흐름이 묘하게 바뀐다. 대전 선수들의 파이팅에 기세가 눌렸는지 포항 수비수들의 어이 없는 실수가 계속 일어난다. 산토스를 제외하고는 전원 다 실수가 넘쳤는데 김성근 선수 역시 태클 실패로 결정적인 찬스를 내주는가 하면 이정호 선수 역시 레안드롱 선수의 속도에 맥을 못추고 뚫리고 만다. 심지어는 전업이 수비수였던 오범석마저 수비 실수로 한골을 헌납할뻔한 모습. 급속도로 포항의 수비진이 위태로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전반 15분 포항 수비진의 미스를 그대로 골키퍼 1:1 찬스로 만든 레안드롱이 멋진 슈팅을 했으나 상대는 대한민국 넘버1 골리 김병지 선수. 멋진 선방으로 대전W경기장을 찾은 대전 팬들의 가슴에 한을 남겨버린다. 물론, 포항 팬들로서는 김!병!지!를 외치게 만들었고.
.. 이후 다시 팽팽해진 경기는 미들에서의 싸움…을 기대했으나 그건 아니고 양팀 다 대체로 3-4-1-2의 1을 주로 사용하게 변했다. 후방에서의 롱 크로스를 1로 옮겨가고 그 다음 공격이 펼쳐지는 형태였는데 포항의 경우 따바레즈, 대전의 경우 이관우 선수가 그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중앙에서의 아기자기한 숏패스가 많이 나왔느냐하면 그건 아니다. 대체로 한 선수가 다 끌고 가다가 크로스를 날리는 형태의 경기가 진행됐고 양팀 선수들의 파이팅이 넘쳐흘러서 경기는 꽤나 터프하게 진행된다. 이런 가운데 전반 25분. 이동국이 측면에서 날아온 따바레즈의 프리킥을 헤딩했으나 아쉽게 빗나감.
.. 그러나 전반 32분 포항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는데 대전의 공격이 빛을 발해 이관우 선수의 슛이 포항 골대 안으로 향했던것. 그.러.나. 이날 전체적으로 애매한 컨디션을 보였던 김성근 선수가 골대 안으로 흐르는 골을 그대로 걷어낸 것. 그야말로 1골 벌었다. 그리고 이 바로 뒤에 이어진 역습에서 이동국이 40m를 드리블 하며 대전 골문 앞까지 달려갔으나 달라 붙은 대전 수비수 때문에 제대로 슈팅을 못하고 그만 최은성 골리 앞에 갖다 주고 마는 통한의 장면을 연출.
.. 그리고 후반 종료를 얼마 안남겨두고 따바레즈가 공을 빼앗고 이동국에게 연결, 이동국은 돌파를 시도하다 웰링턴에게 내어줬는데 이 웰링턴의 슛이 수비에 맞고 나가버린다. 경기장이 후끈 달아올랐던 장면.
.. 배재용 주심은 전반 45분이 딱 차자마자 injury time 없이 휘슬. 팬들에게 약간 아쉬움을 남겼다.
.. 후반들어 포항은 전반에 경고를 받은데다 퇴장 가까운 플레이를 펼치고, 또한 부상까지 당한 김성근을 빼고, 오승범을 투입했다.
.. 오른쪽에서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이정호를 왼쪽에 배치하고 오범석을 원래 위치인 오른쪽 센터백으로 돌렸다. 반면에 저번 부산전에서 괜찮은 수비능력을 보였던 오승범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배치하며 레안드롱의 수비에 좀 더 치중하는 모습. 전체적으로, 덕분에 수비진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후반은 포항의 흐름으로 돌아왔다. 경기는 포항의 공격과 대전의 수비 후 역습모드로 정착되는 모습이었고, 포항의 공세가 엿보였으나 포항 역시 공격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따바레즈의 중앙 분전이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 후반 10여분경 이후부터 대전선수들과 포항선수들이 점점 거칠어져 가는 느낌. 대전 선수들은 날아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달려들었으며 이 덕분에 선수들 끼리의 충돌이 잦아져 부상이 속출. 이관우 선수나 레안드롱 선수가 계속 달려드는 모습에 '쟤네 왜 저래!'라고 외치고 말았다.
.. 그러던 와중 후반 20여분경(정확한 시간은 잘 모르겠다) 오승범이 완벽한 단독 찬스를 잡으며 최은성 골리와의 1:1 장면을 연출. 직접 슛을 하는 줄 알았으나 옆에 쇄도해 들어오던 웰링턴에게 패스하는 것을 최은성 골리가 선방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직접 눈 앞에서 보는데 열불나 죽어버릴듯한 느낌.
.. 그 이후에 후반 30여분경 부터는 그냥 일진일퇴의 팽팽한 공방. 양팀다 경기가 제대로 안 풀렸다. 이후 결정적인 찬스는 그다지 잘 보이지 않았다. 이후, 포항으로서는 후반 39분, 황진성(in)-김기동(out), 그리고 42분, (고메즈in)-웰링턴(out)의 강수마저 뒀으나 이미 흐름은 끝. 이 둘의 교체는 전술적으로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다만 3분의 시간차 동안 황진성 선수가 중앙 미들에서 애매한 플레이를 보이긴 했으나 그걸 가지고 뭐 평가하고 자시고 할만한 것도 없다. 고메즈 들어오면서 다시 황진성은 최전방으로 나갔으니까.
.. 배재용 주심은 이번에도 후반 45분이 끝나자마자 휘슬을 불어버림. 양팀 선수, 부심, 관중들 너나 할 것 없이 어이없는 표정. 아무리 안되도 4분은 추가시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 3. 경기 결과
.. 포항 0 : 0 대전
.. 0 도움 0
.. 13 슈팅 13
.. 25 파울 26
.. 3 경고 2
.. 0 퇴장 0
.. 경고 : 김성근, 황지수(이상 포항), 공오균, 이관우, 주승진(이상 대전)
.. 4. 선수평 (물론 내맘대로 이번 경기 MOM은 없음)
.. 이동국(5.5)
.. 몇번의 멋진 상황을 연출해낼만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움직임이 그다지 좋질 않았다. 활동반경이 넓어진게 좋은 게 아니라는 반증이다. 스트라이커는 골을 잡아내기 위해 있는 거지 수비하기 위해 존재하는 포지션이 아니다. 전방압박만 하면 족할 것을 미들 중반까지 심심하면 내려오는 통에 결정적인 찬스에 그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이란전에서 무리하게 80분을 소화해 버렸으니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은 알겠으나, 그의 본업은 국가대표가 아니라 포항의 스트라이커 아닌가.
.. 웰링턴(5.0)
.. 점점 닌자모드화 되가는 웰링턴, 간결한 드리블은 상대방의 파울에 막히고 긴 드리블은 커버 플레이에 막히고, 돌파가 안되기 시작하니 웰링턴의 강점이 안 보인다. 게다가 패스도 슬슬 안하게 되는 것이 전기리그 브라질리언들의 악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 따바레즈(6.0)
.. 중앙에서 혼자 분전한 공은 쳐주겠으나 그놈의 원샷원킬 프리킥 좀 부활하란 말이다! 그래도 이동국과 어느정도 호흡이 맞으려고 하는 부분은 고무적인 부분. 100만달러의 값을 좀 해줘 orz
.. 김기동(6.0)
.. 김주장님의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으면 포항의 미들은 실종. 여실없이 그걸 다시한번 각인시켜준 경기였다.
.. 황지수(5.5)
.. 무난했다. 그래도 전반 초반에 수비진 붕괴는 황지수 선수의 수비가담시에 공백을 발생시켜버리는 탓도 없다고는 못하겠다.
.. 박원재(6.5)
.. 그야말로 분전. 계속 왼쪽을 흔들어 주고, 수비해주고, 후반 이정호의 느린 주력으로도 왼쪽을 커버할 수 있었던건 박원재가 반은 해주었기 때문이다. 다만, 공격적인 부분에서 아직 크로스를 조금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오범석(5.5)
.. 별로 보여준게 없다. 심지어 전반 초반에 어이없는 실책을 하는 모습. 그래도 아직 좀 더 오른쪽에서 활약해 주었으면 좋겠다.
.. 김성근(6.0)
.. 결정적인 한골 선방에 점수. 하지만 경고를 받고, 레안드롱에게 한 태클이 경고를 받을 뻔 하는 등 좀 더 조심해 주어야겠다. 부상은 별 일이 아니길 빌고 있다. 포항 수비 거덜날라.
.. 산토스(6.0)
.. 제공권, 위치선정 무난한 모습. 공격지원이 좀 모자랐던건 수비 안정화 때문이니까 어쩔 수 없다 해도 좀 아쉬운 부분.
.. 이정호(5.5)
.. 제공권에서는 여전히 끝내주지만 느리다. 정말 느리다. 뻥뻥 뚫려나갈 때마다 가슴이 철렁철렁. 제발 순발력 좀 키워주셈
.. 오승범(6.0)
.. 후반 오른쪽을 거의 완벽히 책임지고 돌파도 괜찮았지만 그의 가장큰 문제는 패스다. 늘 패스가 어이 없이 나가는 모습이 자주 비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보완이 필요할 듯 싶다. 하물며, 1:1 찬스에서 패스하는 척 하곤 그냥 찌러넣어도 되는 것 아니었나.
.. 황진성(-), 고메즈(-)
.. 평가하고 자시고 할만한 것도 없었음.
.. 5. 맺으며.
.. 양팀다 아쉬운 한판이었다. 게다가 경기가 칼같이 끝나버린것도 아쉬운 대목이고. 포항으로서는 이제 정말 힘든 상황이 되었는데 김기동 주장의 말 그대로 '매경기가 결승전'이라는 마음으로 경기를 대하다가 큰 부상을 당하는 것이나 아닌지 걱정이 되어버린다. 다만, 이제 11월에나 국대 경기가 있을 테니 이동국의 차출이 없다는 것에 희망을 걸고, 제대로 조직력을 다져서 우주최강포항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솔직히 공격수들의 활약이 미진하다는 것이 매우 걸린다. 아무리 그래도 결정은 공격수가 해야 될 것이 아닌가. 아무리 공격축구니 뭐니 해도 골이 이렇게 안 터진다면 공격축구고 나발이고 없다. 솔직히 작년이나 올해나 안정된 수비가 승리를 이끈 것이지 화끈한 공격이 승리를 이끈 것은 아니니까.
.. 그러나저러나 최강공격 포항이 이제는 최강수비였다가 이제는 다시 애매해지는 느낌. 그래도 선수들의 연령이 전체적으로 낮다는 점 하나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걸까. 답답한 마음이 더 크다.
.. 다음 경기는 19일 전남과의 홈 경기. 중계는 없을 듯 하고, 리뷰는 작성하기 힘들겠지만, 아무튼 좀 이겨주길. 더이상 물러날 데도 없고, 이번에 못 잡으면 끝이니.
.. Ps. 행남자기 반상기? 당첨됐음 -_-v 물론 내가 아니라 여친이지만;; 내가 티켓 샀으니 내가 뽑은 거라고 봐도 므하하. 레플입고 털레털레 본부석 가서 '당첨됐는데요~' 라고 했더니 '포항 서포터에요? 적인데 당첨되셨네 허허~' 라면서 주시는...
.. Ps2. 소주 세병 챙겨왔음. 근데 전에 새찬소주 맛이 잘 기억 안나는데 이번 맑을린은 괜찮으려나...
.. Ps3. 다음 경기 보러 갈 수 있는 건.... 아마도 성남-포항(성남 제2종합) 후기리그 최종전 밖에 없을 듯. 근데 제2종합 잘 안보이는데 -_-; 그냥 E석에서 볼까 -_-;;;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