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十二國記 「月の影 影の海」
.. 십이국기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 作 : 小野不由美(오노 후유미)
.. 出版社 : 講談社X文庫(코-단샤X문고) 「WHITE HEART」

.. 어느날인가 NHK BS2의 예고편을 보고 있을 때였다. 뭔가 중국풍의 옷. 제목부터 「十二國記(십이국기)」. '어라 이게 뭐지? 새로 환타지 만화가 나왔나?' 라는 나의 사소한 의문을 뒤로한 채 「판매량 250만부의 베스트셀러 드디어 애니메이션화!」따위의 광고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250만부!?' 라는 경악을 뒤로한 채.

.. 전 시리즈 통계수치겠지만 환타지 소설로서 이만한 판매량을 보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밑에 적은 「GO」도 센세이션에 가까운 반응을 일으키고 영화화도 됐지만 25만부가 팔렸으니까. 어쨌거나 우리 부대는 BS2를 보면 애들이 난리를 치는 그런 부대였는지라 아무리 그게 시청가능시간대라 하더라도 볼 수는 없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진 채로 하루하루 지나가다가 읽을거리를 보내달라는 나의 요청에 누군가가 보낸 소포 가운데 떡하니 들어있던게 바로 이 소설이었다.

.. 마침 「GO」의 일본어 문고판의 완독에 자신감을 얻어 페이지를 넘겼으나…. 이 놈의 책은 생전 처음 보는 한자가 왜 그리 많은지, 무슨 생전 처음보는 단어들의 난무에 이건 완전히 탈력. 초반에는 무려 30분에 한 페이지 볼까말까한 최악의 속도를 자랑했다(물론 지금 초반부를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래도 끈덕지게 읽고 읽고, 또 읽고. 미친듯이 읽고 읽고, 또 읽고. 어려운 단어는 제끼고 분위기로 대충 때려박고 어떻게든 진행은 계속됐지만 결국 2002년 10월 경에 상권 중반부쯤에서 일단 포기. 그 당시 또 봐야할 책이 많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고, 브레이크 에이지 소설 「ブレイクエイジ(브레이크 에이지) EX L'oiseau Bleu」가 너무나 읽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 그리고 2003년 3월. 휴가 복귀 시 브레이크 에이지 소설을 제주공항 기무대에서 커트당한 이유로 부대에 돌안와서는 읽을 것도 없는 탓에 뒹굴뒹굴 거리다 결국 다시 손에 잡기 시작. 2003년 4월 4일에 상권 완독. 그 이후에 탄력 받아서 5월 3일에 하권 완독(그 사이에 읽은 책이 10권…). 뭐 그런 페이스로 책을 읽었다. 여전히 일본어 실력이 받춰주질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해도 어려운 말은 넘기고, 감으로 때려 잡고. 그렇게 힘겹게 한장 한장 읽어나가기를 한달여(실제로 다른 책을 훨씬 많이 읽었으므로 그다지 걸린 시간은 대단치 않겠지만;;) 결국 끝냈다.

.. 서론은 이만하고. 이 책은 오노 후유미씨가 1992년에 쓴 글이다. 원래 오노 후유미씨는 호러 작가라고 한다. 「WHITE HEART」문고 내에서도 호러 작품이 몇 개 있다. 무려 그 중에는 일러스트가에 「波津彬子하츠 아키코(「세상이 가르쳐준 비밀」 작가)」가 있을 정도. 처음 이 글을 작성했을 때는 읽지 않았었지만 이후에 이 오노 후유미씩의 작품중 「屍鬼시귀」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는 정말 글 잘쓴다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니까. 아무튼 나중에 아토가키(あとがき후기)를 읽고서 안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오노 후유미씨에겐 첫 환타지 작품이라 한다. 이전에 「마성의 아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것이 최초이고, 후기에도 들어있지만 이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편은 「마성의 아이」의 속편이자 본편이라 하니까. 자세한 것은 후기에 들어있으므로 그렇다 치고.

.. 어쨌거나 내용으로 들어가서. 이 작품은 한 소녀가 자신이 속해있던 세계와 전혀 다른 세계에 끌려와서 겪는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마지막까지 다 보면 참 스케일이 크단 걸 느낄 수 있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고. 첫인상이 너무 어려워서인지 다소 접근하기가 힘들었으나 이 책에서 집요하게 전개시켜나간 이야기는 그런 부수적인 이야기들은 아무래도 좋다할 이야기이다.

.. 주인공은 이세계에 끌려온 자이다. 당연히 기댈 사람 하나 없는 것이다. 보통의 환타지 물이라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주인공이 이세계에 떨어져 겪는 어려움쯤은 별 것 아니지 않은가. 아니라 하더라도 주위사람들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이유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주인공이기 때문에 무한에 가까운 도움을 받는 존재들이 바로 그들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작품의 주인공 「中島陽子(나카지마 요-코)」역시 별반 차이는 없다. 하지만 그 도움을 받기 전까지. 그러니까 상권 엔딩까지의 요-코는 그야말로 죽을 고생을 한다. 괴인에게 납치(?) 당하듯 이 세계에 끌려왔더니 괴인은 습격당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본인은 관청에 끌려갔다가 사형시킨다는 말에 어떻게든 도망쳐서 다시 요마(妖魔)들에게 습격받고 그 덕에 죽을뻔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는. 게다가 도움을 주던 사람들은 친절을 내세우면서 마지막에 뒤통수 치는 사기를 쳐대고. 덕분에 요-코는 점점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 소녀로서 사람을 믿지 못하고, 잘 알 수 없는 세계에 제대로 아는 것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어떻게든 살아남아 돌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그려져 있는 환타지 답지 않은 환타지 소설.

.. 게다가 중간중간에 등장하는 「파란 원숭이(靑い猿)」는 요-코의 무의식을 대변하여 사람의 무의식에 존재할만한 불안과 불신을 후벼파댄다. 요-코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사람이 그리울 때마다 요-코가 갖고 있던 칼 -요-코를 납치한 「케이키」가 준 칼로 후에 「수우도(水遇刀)」라는 이름이 밝혀진다- 은 늘 무의식적으로 열망하고 있는 곳의 환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직후에 파란 원숭이가 나타나 요-코의 불안과 불신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이 기묘한 -어찌보면 이중인격과도 같은- 대화는 이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이야기를 직설적인 문체로 표현하는 것이다.

.. 또한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요-코가 「케이왕(景王)」인 것을 알고나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지 말지에 대한 고민, 어린 소녀로서 자신의 어깨에 짓눌려지는 책임감. 스스로는 왕의 그릇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남을 다스리는 「왕」이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하는 모습은 자신의 자아가 어떻게 되어갈지 고민하는 소년소녀기의 고민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인간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 처음에는 모자라더라도 조금씩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다. 「왕」이라는 자리의 보통 사람들과는 전혀 다른 무게를 가진「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보통의 책임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보통 사람이 쉽게 질 수도 없다. 그런 자신에게 그런 것이 너무도 힘글 것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자신이 왕이 되지 않으면 나라가 황폐해지고 국민이 힘들어지고,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볼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있어도 제대로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없을 거라 생각되는 현 시점에서의 자신 때문에 하게 되는 그 고뇌는 나아갈 길이 눈 앞에 있음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무척이나 고민해야 하는 소년소녀기의 고민인 것이다.

.. 그 고민만을 다룬 것은 아니다. 요-코는 이쪽 세계에 대한 지식이 무척이나 부족하다. 지식이 없다는 것은 살아나갈 힘이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아무것도 모르는」사람은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지식이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을 지켜나갈 힘이 있을 때, 그 때야말로 사람을 믿을 수 있고, 살아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때, 겉으로든 속으로든 무언의 계산이 있던간에 자신을 끝까지 위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배신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믿음이 배신당하더라도 자신이 믿고 있다는 그 한가지를 위해 자신을 움직이는 삶.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고 자신의 생에 대하여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내린 결론을 믿어보는 삶. 그것을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이 「십이국기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이다.

.. 실제 사회에서도 남을 쉽게 믿는 사람은 이용당하기 쉽다. 물론 타카하시 신(高橋しん)의 만화 「いい人(좋은 사람)」의 주인공 「유지」처럼 어처구니 없다면야 모르겠지만 실제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라면 그런 건 환타지라고 얼마든지 웃어줄 수 있는 환타지이기에 더 보고 싶은 그런 인간군상이 아닌가. 누구든 면상에 웃음을 띄우지만 그 것이 가식되지 않고, 혹은 지어내지 않고 남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물론 역으로 모두가 진실된 표정만을 짓는다면 그 역시 힘든 세상이겠지만.

.. 또한 누구든지 자기 진로에 대해서 혹은 자신의 인격에 대해서 고민하고 마련이다. 그것이 깊든 얇든간에 자신의 삶은 소중한 것이니까. 눈 앞에 보이는 큰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시기가 있고 그 시기를 통해 무엇을 얻어나가는지는 개개인의 노력에 따른 것이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결론이 나면 그 것을 실천하고. 그것이 후회가 적은 삶이고 그런 사람이 「어른」이 되는 것이다. 적어도, 자신이 내린 결론에 「책임」이라는 것을 질 테니까.

.. 어쨌거나 이 세상을 살아가든 다른 세상을 살아가든. 자신의 처지와 능력. 세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과 남을 믿을 수 있는 마음. 살아가려는 열정과 노력. 이 것을 갖추어야 「제대로」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이다. 자신과 남을 믿지 못하고, 세상에 대해 알지도 못한채 방황하는 요-코의 모습은 내가 쉽게 되어버리던 「폐인」의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물론, 이 쪽의 「폐인」은 쓰레기 소리를 들어도 할말 없는 그야말로 썩은 모습이었지만.

.. 나 자신은 얼마만큼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나 자신은 얼마만큼 세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나 자신은 얼마만큼 자신을 믿을 수 있는가. 나 자신은 얼마만큼 남을 믿을 수 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나 스스로도 아직 긍정적이지 않다. 이미 쓸데 없는 지식만 있고, 실제 살아나가야 하는 삶에 대해서는 희뿌연 안개와도 같은 삶이다. 물론 꾸준히 느끼고 조금씩 변해가고는 있지만. 아직 20대 중반이라는 나이보다는 훨씬 어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리디 어린 모습과 별반 차이도 없는 것 같다. 나는 좀 더 노력해야 할텐데.

.. 확실히 요즈음의 환타지와는 다르다. 원래 환타지라는 걸 전혀 몰랐던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되 이 책의 느낌이 훨씬 좋다.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칙칙하지도 않다. 갖은 고생을 다 하면서도 결국에는 해피 엔딩이다. 좋지 않은가. 삶이 그렇게 행복하게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 자신이 행복하길 발는 사람이라면 해피엔딩쪽이 좋지 않은가.

.. 이 책을 막 읽었을 당시 나의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이 글을 다시 쓰고 있는 지금의 나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 책이었다. 이 글을 처음 작성했던 때 이후로 반년가까이 흘렀지만 글쎄 얼마나 변했을까. 조금은 긍적적인 모습일까.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Posted by elof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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