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 헌트 1 - 5점
오노 후유미 지음, 박시현 옮김/북스마니아

.. 오노 후유미(小野不由美)의 십이국기에 대해서는 2003/10/15 - .. 十二國記 「月の影 影の海」(십이국기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에서 한 번 이야기 한 바가 있는데, 십이국기 시리즈와 시귀(屍鬼)라는 작품을 읽고 양 쪽 다 큰 감명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그래서 구입한 책이다.

.. 십이국기와 시귀로 파악한 오노 후유미의 글은 기본적으로 인간 본성을 철저하게 파고드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니, 감탄이 나올 정도로 훌륭하게 파고 들어서 인간의 어두운 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파괴력 있는 필력을 지녔다. 그래서 사실 오노 후유미라는 작가의 이름을 믿고 구입했다.


.. 결론부터 말하자. 양산형 라노베와 큰 차이 없는 정도의 글이다.


.. 본문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은 십이국기나 시귀만큼 서로를 파고들지 않는다. 내적으로도 그리 강하게 집착하지 않는다. 아무리 1인칭 시점이고, 약간의 러브라인을 그리고 싶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내가 오노 휴유미에게 감명 받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 뭐 방향성이야 작가의 마음이니 어쩔 수 없다 쳐도, 대신 다른 부분에서 빛이라도 났다면 좋았을 텐데 딱히 코미디 스럽지도, 그렇다고 정말 무섭지도 않은 약간 어정쩡한 포지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글이었다. 어느정도 오노 휴유미 다운 반전도 있었고, 캐릭터들의 묘사가 이후 십이국기나 시귀에서 보이는 그 신랄할 정도의 심리 묘사의 편린 정도는 보이지만 그저 거기까지였을 뿐이다.

.. 아무리 생각 해도 이 글을 십이국기나 시귀 이후에 썼을 것 같진 않아서 일본 위키를 찾아봤더니 역시나. 그 이전 작품이었다.

.. 참고로 이 '고스트 헌트'라는 제목은 원래부터 사용한 것은 아니고 원제는 '악령(悪霊)' 시리즈였다. 이번 구교사 괴담이 원래는 1989년 발매된 '악령이 한가득!?(悪霊がいっぱい!?)'라는 제목이었고, 2010년 발매된 신장판에서 '고스트 헌트 - 구교사 괴담'으로 이름이 바뀐 것.

.. 그리고 십이국기 시리즈의 사실상 첫 권인 '마성의 아이(魔性の子)'가 1991년. 시귀는 1998년작이므로 작각의 필력이 다져지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혹은 필력이 있더라도 의도적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의심은 간다.

.. 고스트 헌트 시리즈(원래의 악령 시리즈)가 7권까지 중에서 6권까지가 91년까지 출판되니까 찬찬히 다 보다보면 필력이 올라온 명작이 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은 들지만, 우선적으로 1권에서는 거기까지는 짐작할 수 없으니 이게 또 미묘.


.. 2권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묘한 아이템이다. 시리즈 전체에 대한 평은 마지막까지 읽어보아야 할 수 있겠으나, 일단 1권만 봤을 때는 적어도 내 기대치에는 못 미쳤다.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Posted by elof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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