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주조에서 제조하는 고급 청주가 있다. 이름은 '설화(雪花)'. 청주는 쌀을 깍아낸 정도에 따라 그 맛이 더 부드러워 지는 특성이 있는데 이 설화는 도정비율이 52%에 다다른다. 청주가 발달한 일본의 경우 최고급에 해당하는 '다이긴죠(大吟醸)급'에 해당할 정도이므로 일단 기본 스펙은 어느정도 인정해줄만한 가치가 있다.
.. 간단한 스펙이다. 일본이라면 日本酒度라는 속성도 붙겠지만 여기는 한국이므로 당연히 없다. 확인할 길도 없고. 자세한 것은 아래부터 시작.
.. 설화를 알게 된 것은 한 2년전쯤의 일이다. 그 당시 두산에서 나오는 청주란 백화수복정도만 알고 있던 나에게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다이긴죠급 청주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두근두근했었던 기억이 있다. 어차피 학생인데다 하루하루 살아남기 바쁘던 시절이라 마시고 싶긴 했어도 다른 것에 비해서 순위가 쳐졌다. 학생에게 중요한 건 싸고 많은 양! 당연히 직장인들이 쏘는 술 아니면 간단하게 소주, 혹은 맥주 큐팩. 뭐 그런 것 아니겠나.
.. 그런 설화를 집 근처 대형 할인마트를 돌아다니다가 보게 되었다. 마침 좋은 술도 한 잔 땡기는 시점이고, 과거에 마시고 싶었던 그 느낌이 살아나서 별 고민 안하고 그냥 한 병 들고 왔다.
.. 케이스 위에서
.. 뚜껑 개봉시
.. 나란히 세운 모습 #1
.. 나란히 세운 모습 #2
.. 설화 병 모습
.. 설화 라벨
.. 소주 잔이나 청주 잔이 없어서 녹차 마실 때 쓰는 다기잔을 꺼냈다. 마침 청주잔과 사이즈도 별 차이 없어서 그냥 간단하게 술 마시기 딱 좋더라. 아무렴 어떠랴. 사기 잔이니 나름 더 좋은 걸지도?
.. 어쨌건, 청주를 두고 청하나 일본식 주점에서 시키는 사케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이 술은 좀 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일단 향이 은은하다. 모든 술의 맛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향기. 그 향기라는 점에서 알콜 냄새가 난다던가 혹은 다른 인공적인 향이 강하면 일단 마이너스. 하지만 이 설화는 그런 부분은 가볍게 패스해 나간다.
.. 가볍게 한 잔 마셔보자. 보통 청주 중에 단 맛을 일부러 강하게 만들어 놓은 술들이 있지만 이 술은 결코 첫맛이 달지 않다. 되려 약간 약하게 쓴 편이다. 드라이한 맛을 즐기는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좋은 밸런스. 그리고 청주에서도 내가 가장 높게 치는 맛 중에 하나는 끝 맛에 은은하게 쌀의 단맛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밥을 오래 씹으면 나오는 단맛을 생각하면 된다. 단 맛에 약한 나로서도 상당히 좋아하는 단맛 중 하나가 바로 쌀의 단 맛인데 이 설화는 끝부분에 그 맛의 여운을 남긴다. 한 병을 다 비울 동안 첫맛과 끝맛의 차이가 거의 없었으며, 술을 마음 편하게 마실 수 있었다. 전반적인 밸런스가 매우 잘 잡혀있다는 반증이다.
.. 수작업으로 만드는 최고급 청주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적어도 일본주의 어지간한 다이긴죠급 술 이상의 맛을 보여준다. 드라이한 정도는 日本酒度라면 +5 정도 될 것 같다. 물론 일본 내에서도 내노라 하는 일본주는 내가 먹어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더라도 쳐지는 술은 아닌듯 싶다. 그리고 가격은 매우 착하게도 단 18,000원. 일본주 중에 이름 좀 있다 하는 것들이 십만원을 호가하는 것에 비하면 이 쪽의 선택이 월등해 보인다.
.. 하지만 가장 큰 문제라면 물량이 적다는 것. 내가 사올 때도 딱 한병만이 있었다. 명절용으로만 시장에 풀리거나, 혹은 백화점을 뒤져봐야 한 두병 나올 것 같은데 그것이 문제...
.. 단, 과실주를 좋아하거나 증류주의 싸~한 맛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마침 여친님께서는 저런 타입이라 그다지 맛이 없다는 반응이셨다. orz
.. Ps. 증류주 증에는 요새 나오는 '화요'가 강추품목. 아마 다음 술 리뷰는 화요 혹은 진로 증류주가 될 예정.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