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는 7월 19일에 봤다. 집근처 CGV에서 하길래 딩가딩가 털레털레 영화를 보러 간 것. 마침 놈놈놈도 하길래 디지털로 질러서 봤다.
.. 사실 이 영화는 칸이 어쩌고 그런 건 전혀 관심 없었다. 그저 정우성, 이병헌, 송강호가 나오는 웨스턴 액션이라는 말에 혹했다. 물론 이병헌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정우성이야 기럭지 하나만으로 간지가 사람이지 않은가. 송강호야 어딜가든 기본 이상은 해 주는 배우니까 주연 세 명 중 2명. 그것만 확인해도 돈 값은 할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나 웨스턴 액션! 이른바 남자의 로망이랄까?
.. 시작부터 스토리는 안드로메다행의 예감을 팍팍 밀어부어 주셨다. 내러티브를 꽤 중요시 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불안감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진지하면서도 화려하고 끝내 주는 영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고, 그것은 감독이나 배우의 면면을 봤을 때 조금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정이 환타지라도 내러티브가 좋다면 그걸로 충분. 뭐 그러다가 제대로 걸렸으면 대박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 내내 긴 말을 쓸만한 영화는 아니다. 그저 멋진, 끝내 주는 영상을 기대했고 그 기대는 예상대로였다.
.. 전반적으로 열차강도, 시가지 전투, 여러 집단들이 말 달리는 추격전 등이 멋진 씬이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열차 강도씬은 그렇다 치고 시가지 전투에서 보여주는 정우성의 와이어 액션은 진국이랄까. 아니 웨스턴 액션에서 한손으로 줄 잡고 날아댕기면서 엽총을 갈기는 걸 대체 누가 상상이냐 했냔 말이야. 그야말로 무협지스런 액션에 그것도 정우성이!!
.. 말달리는 추격전에서도 정우성의 간지는 끝내준다. 게다가 윈체스터 돌리기의 간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아니 진짜 저 새퀴는 남자인 내가 봐도 멋진 거냐. 아으 샹. 이러니 내가 울 마님 정우성 하악하악을 봐도 뭐라고 말을 못하지... 나도 같이 하악대는 걸. 흙. 그리고 말달리는 추격전 자체의 규모나 간지 자체가 역대 어떤 웨스턴 무비와도 비교를 불허할 정도의 스케일을 자랑한다. 쉽게 말해 간지폭풍이다.
.. 캐릭터 이야기로 들어가보자면 정우성은 카우보이 모자에 엽총. 어딜봐도 웨스턴 건맨의 기본 복장. 이병헌이야 뭐 알 수 없는 헤어스타일에 리볼버 싱글 액션. 이 쪽은 카우보이 모자에 망토가 더 어울렸을 거 같은데 정우성과의 차이점이 없어져서 그런지 그렇지는 않았고, 송강호는 총도 그렇지만 고글이라는 나름 퓨전.
.. 사람들 말은 분분할 것 같지만 이병헌도 나름 훈남 소리 듣는 녀석이건만 정우성하고 같이 세워놨더니 비교가 안될 정도로 밀려버리더라. 역시나 기럭지 되고 얼굴되는 정우성은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예술이랄까. 아주 그냥 다비드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존재 자체가 그림이 되는 배우라는 게 이런 건가 싶은 경우.
.. 송강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몸개그, 말장난 아으 이건 송강호가 아니면 살릴 수가 없다. 분명히 재밌고 즐거운 캐릭터. 영화 자체는 정우성과 이병헌이 없어도 송강호만 있으면 성립이 될 것 같은 영화기도 했다.
.. 이 캐릭터 구성이 괜찮은 이유는 역시 대의고 명분이고 그 딴 거 없이 그야말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라는 영화 제목 그대로의 캐릭터였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거기에 추가하자면 한국 영화 특유의 러브씬, 러브코메디씬,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 개심씬 등등 영화를 진부하게 만들어 주시는 내용이 하나도 없...을 뻔 했지만 사실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이 들어갔기에 그 점에서는 마이너스. 대신에 이 세명에 어울리는 여배우가 있을리가 없으므로 러브씬이 안들어간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여튼 여기에 어울려 주시려면 어지간한 간지 끝장나지 않고선 불가능 하므로 차라리 러브씬 안들어가서 심플하고 좋았다.
.. 자 이쯤 칭찬해 줬으면 역시 까대기도 해야 하는 법.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내러티브. 매끄럽지가 않다. 한국제 소설이나 영화나 게임이나 다들 나오는 말이 내러티브가 안좋다인데 (영화는 요즘 이 부분에서 최고 퀄리티 급의 영화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 영화도 역시나 그것을 비켜나갈 수는 없었다. 특히나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뭔가 있는 듯한 과거씬 따위는 집어 넣지 않는 편이 나았다. 차라리 다른 걸로, 되려 자기들만의 '고집'이랄까 '가치관'이랄까. 그런 것에 의해서 철저하게 내러티브를 진행시켰으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 거기다가 지도가 없어도 알아서 잘들 찾아오는 점에 있어서 대체 지도의 존재 의의를 느낄 수 없을 정도였다. 이게 가장 큰 문제. 애초에 그 정도라면 지도를 구하기 위해서 고생할 필요조차 없지 않은가. 심지어 지도가 뭘 뜻하는 지도인지 대부분의 주요 세력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니까.
.. 독립군이 멍하니 떠버린 존재인 것도 아쉽다. 정우성의 등장 이유가 독립군의 의뢰인데 독립군은 그다지 별 존재 의의가 없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따라서 정우성의 등장 이유도 희박해져 버린다. 그래서 억지로 손가락귀신을 끼워넣은 거겠지만 말이다. 이런 내러티브의 약점이 영상에 열광하다가도 그 열기를 팍 가라앉혀 버리는 느낌이다. 뭐, 어쩌겠나 나는 스토리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서 그렇다.
..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있지만 분명히 영상 하나는 간지 폭풍이라는 점에서 충분하다. 돈값은 충분히 했다. 다만 두번 보고 싶은 영화는 아니다. 그것이 문제.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