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의 붓 - 구한나리 지음/문학수첩 |
.. 사진에도 찍혀 있지만 2012 조선일보 판타지문학상 수상작이다. :)
.. 미리 밝혀두지만 아는 분이다. 축전으로 소설을 받은 적도 있다! (은근 자랑질). 아는 분이라 더욱 편향적인 서평이 될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해서 뭐해 ㅎㅎ
.. 고대 한국을 배경으로 했음직한 배경. 한궁[皇宮], 아사 등의 표현이 그렇고 가리사니[文官], 싸울아비[武官] 등의 표현이 그러하다.
.. 아홉 신이 있고, 그들은 각각 3가지 종류의 사람을 만든다. 엘프를 연상시키는 천인, 우리 그 자체인 상인, 농경도 하지않고 그저 자유롭게 수렵 정도로 살지만 그래서 상인들에게 노예처럼 부려지는 비인.
.. 주인공은 비인과 상인의 딸로서, 상인들에게 들키고 난 다음 죽을뻔 하지만 다행히 그 마을 권력자에게 거둬진 후에, 곱게 크다가, 아홉 신이 내려준 아홉 붓을 모으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믿고 여행을 떠난다.
.. 어찌보면 전형적인 영웅적 모험 구도일 수도 있고, 실제로 여행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동료를 얻고, 하나하나 붓을 모으게 된다. 하지만 이 작품이 다른 영웅담과 다른 점은 싸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을 밟고 베고 죽이고, 악당을 물리치며 영웅이 되어가는 일반적인 환상담과는 달리, 이 주인공 일행은 그저 마을의 문제를 해결할 뿐이다. 누구를 때려눕히고 싸우고 하는 부분이 없다. 아니 악당이라 불릴 자조차 없다. 삶이 너무 힘들어서 남을 해하게 된 가련한 사람들이 존재할 뿐이다.
.. 모험의 막바지에는 악당이라 불릴만한 자가 등장하지만 그와 직접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마지막의 반전도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복선을 깔아 두어 크게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이 작품은 그런 뒷통수를 치는 데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다. 주인공의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로 자리잡지만 주인공의 극복 대상으로 설정된 느낌이므로 안심하고 볼 수 있는 정도이다.
.. 이 소설은 주인공이 여자이고, 남을 때려잡는 영웅담이 아닌데다, 작가의 문체가 좀 더 부드러워서 그런가 글 전체에 삶에 대한 애정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하늘하늘 떠다니는 문체는 아니고, 무거운 현실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느낌이랄까. 무겁지만 크게 우울하지는 않고, 그럼에도 희망을 보는 느낌이랄까.
.. 이 글을 읽던 당시는 2주 정도 주말도 반납하고 일 하다가 일 안되서 잠깐 손을 댄다는 것이 389페이지 짜리 책을 쉬지도 않고 읽었을 정도니 그 흡인력을 인정할만하다. 이 것을 위해서 얼마나 내용을 다듬었을지, 문장을 다듬었을지 아득해 지기도 한다. 아마, 작가님은 후반부는 좀 더 다듬고 싶어할 것 같단 생각이 들지만.
.. 판타지 소설이라고 환협지 류 생각하지 말고, 문학 작품으로 보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여러번 축하의 말씀을 드렸지만 다시 한 번 축하의 말씀을 드리면서. 외... 외전 쓰고 싶어졌.. OTL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