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배구팬들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현대자동차서비스와 고려증권 시절의 배구가 머리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하고 그 때문에 아직까지 천안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이하 천안현대)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솔직히 말하자면 꽤 오랜기간 배구를 보지 않았다. 고려증권 해체 후에 삼성화재가 등장하고 삼성이 무시무시한 돈을 풀어가며 팀 자체를 국가대표팀으로 만들어 버린 이후로 재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무리해도 이길 방도가 안 보이는 팀. 김세진과 신진식을 앞세우 것은 물론이요 장병철을 서브로 돌려버리는 팀이 존재하는데 무슨 방도가 있단 말인가. 뭐 어차피 핑계이긴 하지만.
.. 어쨌거나 프로배구 원년도 삼성화재가 가져갔다. 하지만 작년. 대형 외국인 선수 숀 루니를 앞세운 천안 현대는 정규리그와 챔피언 결정전에서 연거푸 우승. 삼성화재의 독주를 막아냈다. 그리고 막이 오른 06-07시즌. 삼성화재가 작심을 한 듯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레안드로라는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서 이번엔 암담하나 싶었다.
.. 하지만 거기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현대캐피탈은 결국 근소한 차이로 정규리그 우승을 삼성화재에게 빼았겼으나 플레이오프에서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 꼽히는 보비가 뛰고 있는 대한항공을 격파하고 결국엔 챔피언 결정전 진출. 천안현대의 v2 꿈은 드디어 사정권 내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 2007.03.24.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이 열렸다. 비가 내리는 아침부터 일어나 대전고속터미널로 향하고는 이내 같이 가기로 한 녀석들을 만나 김밥과 만두 좀 싸들고 택시를 탔다. 가는데 택시기사분이 재밌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박정희 시절에 애들 코묻은 돈 모아가며 기초공사 하고 또 돈모이면 공사하고 그렇게 만든 경기장이라나? 어쨌거나 4,500원 거리를 지나가니 충무 체육관이 나왔다.
.. 비가 내려서 실외 열기는 덜했다.
.. 경기장 주변의 배너. v10은 무슨 -_-
.. 원정 1차전. 중압감이 들만도 했지만 천안현대의 팬이 30%는 되어 보였다. 즉, 원정이긴 한데 원정 분위기가 그다지 나지 않았다는 것. 일찍 온 탓이었을까. 매진 되었다는 장내 멘트와는 다르게 그다지 많은 인원이 들어찬 거 같지는 않았지만 경기 시간이 다 되어갈 수록 빽빽하게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 몸을 푸는 양 팀 선수들
.. 경기 시작이 가까워오자 양 팀은 응원도구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삼성화재는 티셔츠와 수건을, 천안현대는 한 쪽은 '현대' 한 쪽은 'V2'라고 적힌 카드와 머리띠를 나누어 주었다. 티셔츠는 많은 수를 준비하지 않았는지 그다지 많은 수가 돌아가지 않았다.
.. V2!!
.. 기왕 받은 거 뒷면에 장난질을 좀 했는데 마침 대전시티즌이 그날 대전을 홈타운으로 하는 삼성화재 블루팡스의 응원을 하기로 되어 있어서 마침 거기에 아는 녀석이 있기에 놀린다고 쓴 짓. 참고로 대전시티즌은 수원삼성과의 악연 때문에 삼성을 좋아할래야 좋아하기가 힘들다.
.. 재즐아 삼성 좋아?
.. 이리저리 놀다보니 어느덧 경기 시작 전 시간.
.. 천안현대 선수들!
.. 경기가 시작되고 양팀의 경기에 따라 응원도 한 껏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삼성화재 통천. '우리가 챔피언'
.. 프로배구 3년차에 v10이 웬말?
.. 천안현대의 명물 웃통까브라더스의 짝퉁 ㅋㅋ
.. 경기 결과는 다들 알다시피 세트스코어 3-1로 천안현대의 승리. 원정 경기였지만 무난하게 승리했다.
.. 1세트 14:25. 개하하하하
.. 2세트 13:25. 12점차!! 개하하하
.. 3세트 25:22. 석패. orz
.. 4세트 25:20. 가볍게 승리!!
.. 부담스런 원정 1차전을 가볍게 승리한 천안현대. 상대는 정규리그 우승팀이자 배구계의 공적 삼성화재. 하지만 언젠가부터 삼성화재보다 우위를 보이기 시작한 천안현대에게 두려움이란 없었다. 압도적인 고공능력(=블로킹)을 바탕으로 월드베스트리베로 이호선수의 몸을 날리는 투혼까지 보여주며 현대의 승리로 마감.
.. 같이 간 녀석이 말하기를 자기가 누군가를 처음 데려가면 똥줄 배구를 한다 하길래 내가 한마디. '내가 간 날은 항상 상대팀 캐발랐는데?' 결과는 저 압도적은 득점의 차이.
.. 다음날 원정 2차전. 날을 활짝 개어 있었다. 충무체육관 안으로 들어갔더니 매화가 예쁘게 피어 있어 봄기운을 물씬 느낄 수 있었다.
.. 이런 거에 약하단 말이지orz
.. 경기 시작 한시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경기장은 꽤 사람들이 많이 들어찬 상태. 겸사겸사 오늘은 응원은 쉬고 한번 중앙에서 경기를 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 역시 선수들이 몸을 풀기 시작
.. 중앙에 앉은 관계로 양 팀의 응원을 좀 더 확실하게 비교해 볼 수 있었는데, 천안현대팬이 40% 정도는 되어 보였고 더 중요한 것은 삼성화재는 홈이라서 앰프를 이용한 응원을 했지만 생목소리로만 하는 천안현대 쪽이 더 목소리가 컸다는 것. 원정팬이라서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삼성화재 쪽은 앰프의 위력을 믿고 그다지 큰 소리를 내지 않는 느낌이었다.
.. 사실 삼성화재는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가 팀의 공식명칭이지만 내가 여기서 '대전삼성'이라고 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구호와 천안현대의 구호가 전혀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다. 천안현대는 구호가 '현대캐피탈'이 아니라 '천안현대'이다. 즉, 연고지를 중심으로 충분히 자리잡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대목. 하지만 삼성화재 측의 구호는 '대전삼성'이 아닌 '최강삼성'이다. 그깟 연고지명이 뭐 중요하냐 싶겠지만 본업이 축구팬인 자로서 연고이전이란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잘 알고 있고, 삼성화재가 서울이 열리는 그날 연고이전을 시도할 지 모르겠단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바라는 대로 불러줄 수밖에. 그러니 그냥 여기서는 '대전삼성'이 아닌 '삼성화재' 이렇게 부르도록 하겠다.
.. 전날과 같은 현대 V2 카드 응원
.. 이 쪽은 대전삼성이라 적힌 타올을 펼치고 휘두르며 응원
.. 대전시에는 프로팀이 세 팀 있다. 바로 축구 '대전시티즌', 야구 '한화 이글스', 배구 '삼성화재 블루팡스'이다. 이전 농구팀 '현대 걸리버스'도 있었지만 KCC로 인수되면서 전주로 연고이전했으니 세 팀. 그 중에 이번 06-07시즌에 배구가 중흥기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대전의 기존 프로팀인 대전시티즌과 한화이글스 팬들이 삼성화재를 응원해 주기로 협약을 맺은 모양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한 것은 대전시티즌은 수원삼성을 엄청 싫어하고 한화이글스는 삼성라이온즈를 엄청 싫어한다는 것. 과연 제대로 응원이나 될까? 전날에는 대전시티즌 퍼플크루가 왔지만 이번에는 한화 이글스 팬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경기장 한 자리를 채웠다.
.. 한화팬으로 추정
.. 천안현대통천. '현대V2'
.. 어쨌건 경기는 시작. 역시나 원정 2차전의 부담을 갖고 경기를 시작했겠지만 경기는 너무나 싱겁게도 세트 스코어 3-0의 완승. 역시 내가 경기장을 찾은 날은 압승이라는 공식이 이번에도 적용되었다.
.. 1세트 23:25 접전. 아슬아슬했다.
.. 2세트 20:25. 1차전 2세트와 거의 똑같은 느낌
.. 3세트 22:25. 세트 스코어 3:0 개하하하하!
.. 이렇게 원정을 2연승으로 깔끔히 마무리하고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대망의 3차전은 천안현대의 홈구장인 유관순체육관에서 28일 16:30에 열렸다. 가고 싶었지만 그날은 다른 중요한 약속이 잡혀서 갈 수가 없었고 대신 TV로 시청. 대신 대전에 같이 내려갔던 애들 중 몇명이 저날 경기장을 찾았다.
.. MVP 숀 루니.
.. 이 날 역시 숀 루니의 파워 작렬. 또한 플레이오프까지 잘 소화하고 부상으로 빠진 박철우의 공백을 주장 후인정이 잘 매꿔주면서 경기는 쉽게 풀리는 듯 했다.
.. 강 스파이크 작렬!!
.. 유관순경기장 멋지다.
.. 1세트는 여유있게 승리. 블로킹이 강한 팀이 승리한다!
.. 우승의 천안현대팬!
.. 통천 클로즈업
.. 사진 왼쪽 구석에 깨알같이 적혀있는게 DC배갤 현대팬 리스트
.. 하지만 삼성화재의 반격도 만만치는 않았다. 주포 레안드로가 살아나면서 2세트를 가져가버린다.
.. 2세트 20:25. 아직 표정이 굳은 신치용감독과 임도헌 코치
.. 그러고보면 삼성화재에는 아쉬움이 하나 더 있다. 현대자동차서비스 시절 현대팬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임도헌이 삼성화재에 코치로 간 것. 사실상 심한 배신감을 느낄 정도였다. 장외에서는 더 웃긴 일이 있었는데 양팀의 해설을 마낙길과 김세진이 하는 일이 있었다. 3차전은 아니었고. 어쨌거나 양팀의 대결에서 현대가 우세하면 마낙길 해설자가 신이 나고 삼성이 우세하면 김세진 해설자가 신이 나는. 자 마지막에 웃은 것은 당연히 마낙길.
.. 레안드로의 분전
.. 그리고 3세트. 3세트는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마지막에 승기는 현대로 기우는 듯 했으나 마지막에 루니가 고희진에게 두번 연속 블로킹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고야 만다.
.. 접전의 증거
.. 그리고 그 바로 뒤. 삼성의 리시브 미스를 다이렉트로 꽂아 넣었으나 심판이 오버넷을 선언. 동점을 만들어 준다. 하지만 중계화면을 다시 돌려본 결과 심판의 오심. 오버넷이 아니었다. 경기장 전광판에도 그 장면이 나가 천안현대팬들은 크게 웅성거린다.
.. 크게 흥분한 김호철 감독
.. '전광판에 나왔잖아요'라며 애교섞인 항의를 하는 후인정
.. 결국 3세트는 25:27의 분패. 하지만 4세트는 달랐다. 현대의 블로킹과 수비가 살아나면서 압도적인 점수차를 보이기 시작한다.
.. 4세트 2번째 테크니컬 타임. 점수를 보라!
.. 그리하여 4세트는 25:14의 쾌승. 이것으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체력면에서는 현대의 우위.
.. 열광하는 천안현대팬
.. 이것이 원조 웃통까 브라더스!
.. 챔피언은 누구의 몫이 될지 머리 속에 아드레날린 분비를 느끼면서 5세트를 맞이했다.
.. 양팀의 주포. 올 시즌 최대 라이벌
..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경기는 결국 블로킹에서 앞선 천안현대의 흐름으로 넘어왔다. 게다가 레안드로는 범실을 많이 하면서 결국 자멸의 길로 빠져들었다. 결과 15:12. 천안 현대 캐피탈의 세트 스코어 3-2 승리. 챔피언 결정전 5전 3선승제에서 3연승으로 승부를 결정짓고야 말았다.
.. 프로배구 출범 3년차. 드디어 현대의 v2 달성! 이제야 그동안 삼성화재에 당해오던 굴욕이 씻겨나가는 기분이다. 이제 배구는 끝이 나서 다시 본업인 축구팬으로 돌아가겠지만 다시 축구 시즌이 끝나면 07-08시즌에는 또 배구에 불태우겠지. 그리고 이번에도 우승은 천안현대의 몫이다. 으하하하하하하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Posted by elof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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