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춘선 복선전철이 개통을 눈앞에 두었다는 소식과 함께, 기존의 경춘선은 이제 사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노래 속의 춘천가는 기차는 없어진다는 이야기.
.. 그리하야 경춘선을 마지막으로 느껴보러 춘천으로 향했다. 춘천에 뭐 용무가 있던 것도, 반드시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경춘선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 정도는 더 느껴봐야 하지 않나 싶었던 기분 때문이었다.
.. 군생활을 가평에서 했기 때문에 휴가 때마다 이용했을 뿐인, 내게는 기쁨과 괴로움을 함께 가져다 주던 그런 노선이었다. 물론, 기차가 없는 제주도 출신에, 서울 밖으로 나갈 일도 거의 없어서, 아마 단일 노선으로는 제일 많이 탄 노선이 아닐까 싶긴 한데 그런 건 뭐 중요한 게 아니니까.
.. 전역하면서 다신 가평에 안 간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고선 실제로 정말로 가평으론 간 적이 없었다. 강촌에는 간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성리에 갈 때는 버스로 갔고. 어쨌건 경춘선 자체를 탄 일이 전역 후에 없는 게 아닐까 싶은 느낌이 드는데 기억이 잘 안나니 어쨌든!
.. 왕십리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는 지윤이
.. 청량리 역에 도착했더니 무언가 많이 바뀌어있었다. 역시나 내가 알던 청량리역이 아니라서 깜놀. 하지만 기차 시간이 5분도 안남아서 표만 바로 사고 뛰어야 했다. 그나마 좌석도 없어서 입석 크리. 어째선지 MT가는 학생들이 바글바글바글.
.. 지윤이 첫 기차여행
.. 일단 비어있는 좌석에 앉았다. 성북역에 도착하면 보나마나 일어나야겠지만 그래도 잠깐이라도 앉아야했다. 우선 유모차를 접고, 간단하게 정리를 하고 쉬었다. 지윤이로서는 첫 기차여행. 그동안 버스도, 비행기도, 지하철도 타봤지만 아직 기차랑 배랑(생각해보니 유람선 탔었다), 고속버스는 못타봤다. 그리고 이 날 기차를 처음 타 보게 된 날.
.. 배고프다규! 밥 달라규!
.. 급하게 나오긴 했지만 나올 때까지 잠을 쿨쿨 주무시느라 밥을 제대로 못 먹은 지윤이. 기차를 타고도 한참을 그냥 잘 지냈는데 성북 쯤에서 자리 주인이 와 일어나야 해서, 계속 아빠 품에 안겨 있었다. 그러다가 애들이 MT촌 지역에 들어와 슬슬 빠져나갈 즈음 지윤이도 배가 고파서 징징대기 시작했다. 잽싸게 빈 자리에 앉아 미리 준비해온 이유식을 쳐묵쳐묵. 식어서 맛이 없었을텐데도 배고파서 그런지 맛있게 냠…하다가 반정도 남겼다.
.. 이 놈의 가평…
.. 전역하고 7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더라 ㅋ 뭐 돌아갈 일도 없겠지만. 나중에 용추계곡 정도는 다시 가보게 되려나.
.. 뭘 보는 걸까?
..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글쎄 뭘 보는걸까?
.. 이름은 까먹었는데 가평과 강촌 사이에 보이는 다리
.. 이름은 모른다. 그저 풍경이 예쁠 뿐. 경춘선은 강 옆으로 지나가는 라인이 은근히 있는 편이고.
.. 복선전철화 되면서 사라지는 강촌역
.. 무수히 많은 인연을 낳은 곳으로 유명한 강촌역. 복선전철화 되면서 역 위치가 변경됨에 따라 기존 역은 폐쇄된다고 한다.
.. 내게 춘천행 기차는 이게 마지막일 듯.
.. 이제 청량리->남춘천행 기차는 탈 일이 없다. 뭐 내년부터는 전철을 타던가 차를 몰고 오던가.
.. 역시 여기도 폐쇄예정.
.. 내가 전에 춘천에 왔을 땐 아마 터미널로 왔던 것 같은데, 일단 남춘천역 자체가 처음이긴 하고, 그나마 곧 사라진다고 한다. 뭔가 섭섭한 느낌이 살짝?
.. 닭갈비 골목 입구에 있는 간판
.. 춘천에 와서 할 건 없고, 일단 배가 고파서 뭔가 먹어야겠고, 생각나는 건 닭갈비 뿐. 그래서 명동 닭갈비 골목으로 고고씽. 걸어갈까 했다가 위치도 잘 모르고, 돌아가는 기차 예약한 시간도 고작 3시간 정도밖에 안남아서 그냥 택시를 타고 왔다.
.. 닭갈비 골목 끝에 다다르자 나오는 문
.. 닭갈비 골목의 끝에 다다르자 문이 하나 더 나왔다. 이걸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ㅋ 명동 닭갈비 골목은 유명세 답게 TV에 출현한 곳이 매우 많았고, 그래서 신뢰도가 급 하락했다. 뭐랄까, TV에 나온 곳이 맛이 정말 좋았던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일까?
.. 와서 유일한게 한 건 닭갈비 먹은 것
.. 적당히 한 곳을 찾아서 들어가 식사를 해결. 1인분(300g)에 1만원, 공기밥은 1000원, 사리는 주로 2000원대, 밥 볶음은 2000원. 가격적으로는 뭐 나쁘지 않았고, 맛은 가격대 성능비로 따지면 서울보다는 맛있었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찾아올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는 정도였다. 다음에는 근처의 숯불 닭불고기 집을 가볼까 싶기도. 차라리 거기가 맛있다던데.
.. 이런 오래전 스타일 포장마차가 취향인데……
.. 밥을 먹고 나서 시간이 한시간쯤 남았길래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역까지 걸어가기로 결정. 지도를 보면서 적당히 길을 찾아 가던 도중에 발견한 실내 포차. 사실 저런 실내 포차를 매우 좋아한다. 좋아한다랄까. 싸고 맛있지 않나. '이모이모 안주 좀~~~', '헉 오늘 돈 안갖고 왔는데 외상 좀~~' 같은 경험. 요즘은 잘 못하지만 난 정말로 저런 곳에서 그러고 술 먹기도 했다. 그런 기억이 나서 반가움에 한 컷.
.. 버스정류장. 독특했다.
.. 버스 정류장 디자인이 좀 독특해서 찍었음. 개인적으로는 서울의 버스 정류장 디자인이 최악이 아닌가 싶을 정도임.
.. 노선 안내판은 살짝 불친절 했고.
.. 버스 노선 표지판 디자인은.. 글쎄 나는 전 노선이 다 나오는 서울 스타일이 좋다. 그건 어딜가도 마찬가지인데 여행시에 가장 중요한 건 해당 버스가 어디에 서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되기 때문이다. 하기사 서울은 뭐, 서울 내에서도 탐험하는 기분이긴 한데 ㅋㅋ
.. 새로 지은 남춘천역.
.. 복선전철이 사용할 남춘천역. 거의 다 지었던데 역시 신축건물 답게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 돌아올 때도 피곤해서 아빠도 딸도 떡실신
.. 돌아오는 기차에서는 둘 다 피곤해서 그런지 잠을 자기 시작. 딸래미는 아빠 옆에 꼭 붙어서 잠을 잤다.
.. 경춘선 안녕~
.. 마지막이 될 기념으로 찰칵!
.. 이렇게 경춘선과는 이별. 바이바이.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