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묘하게 컨디션이 좋지가 않다. 생활리듬을 바꾸려는 강수에도 불구하고 그것역시 제대로 되지 않고 여전히 야행성 생활. 물론 야행성 생활은 내게 있어서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별반 나쁠 것도 없다지만 드문드문 내가 바닥을 걸었던 시기의 생활 패턴이 떠올라 입안에 쓰디쓴 침이 모여드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 아무렴 어떠랴 싶은 것도 사실이지만 이미 내 마음 속에는 이대로는 안된다라는 생각이 더 크다. 조만간 생활 패턴을 싸그리 뜯어고치려고 이것저것 계산해보고 있는 시점에서 여전히 '말만 앞선다'라는 평가를 듣을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렇게 욕이라도 먹어야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는 내 성격을 알기에 나름 입안에 다시 쓰디쓴 침이 모여드는 기분이다.

.. 내 생활 패턴도 중요하지만 당장 내일은 이란전이다. 이란전. 본프레레 감독 사퇴 이후 국대에 관해 이야기하기는 포기했지만 역시나 사람이 그리 쉽게 변하는 건 아니다. 애초에 경기장 가는 것만 포기했지 TV관전은 어쩔 수 없이 할 거라는 걸 나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놈의 머리는 또 슬금슬금 국대이야기를 머리 속에서 재구성하고 있다.

.. 본프레레 사퇴 경과를 다시 떠올리면 다시금 입안이 씁쓸하다. 본프레레에게 시간을 주길 바랬던 나였기 때문이고, 그가 지향하는 전술이 내가 바라는 전술과 부합되는 탓이었다. 시간과 훈련량의 부족으로 인해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죄였다면 죄였을까. 이제와서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 하는 것도 우습기에 이쯤하고 그만두자. 어차피 이미 대한민국 축구협회라는 동네는 또다른 명품을 질러버리지 않았는가.

.. 이 명품이 무엇을 잘할 것인가 한다면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부록 때문에 팔리는 명품이라는 느낌이 강한 이 명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가. 이 명품은 그 자체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그에 걸맞는 효용성을 보여줄지도 모른다. 또한 예상외의 부록 탓에 06년 국대가 의외로 뛰어난 성과를 거둘지도 모른다. 그렇다해도 난 이 명품을 높은 가치로서 받아들이기는 힘들 것 같다. 본프레레 사퇴 전후의 흐름을 보건대 이 나라 축협의 시스템이라는 것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 머리 속이 희뿌연 탓에 말이 잘 정리가 안되지만 느낌으로 설명하자면 '졸부가 명품을 두른다고 품위가 생기나?'랄까. 02년을 돌아보고 말하자면 품위에 대한 집중적인 과외를 해서 일견 그 분위기가 났으나 한 텀 지나보니 사실은 아무것도 없는 느낌. 몸에서 배어나오는 품위가 아닌 그저 가공 됐을 뿐인 그런 느낌.

.. 요새 들어서 느끼는 거지만 난 아직도 근대의 진본주의에 얽매여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 하기사, 한국 전체가 '진퉁'에 대해 높은 가치를 인식하고 있고, 나는 그 속에서 태어나, 자라, 살아왔기 때문이겠지만 나 역시 진본주의를 높은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 그래서인지, 더욱더 리그가 소중하다. 더욱더 유소년이 소중하다. 밑에서 부터 이루어진 자연스런 시스템이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삐걱대고, 늘 불안정한 시스템은, 때로는 높은 성과를 거둘지 모르겠지만 안정적인 성과는 내기 힘들다. 아직까지 그놈의 '대박'친 게 많아서 그런 것이 다 덮여있고 '다이나믹 코리아'로 대표되는 역동성과 순발력은 '신화'와 '기적'을 수시로 만들어 내지만 단지 그 뿐이 아닐까. 그 '신화'와 '기적'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무수한 것들을 보면서 나는 다시금 '안정적인 시스템'을 바라게 된다.

.. 그렇다. '안정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시스템'안에서 생활축구가 이루어지고 이것이 유소년으로, 그리고 프로리그로 이루어지고, 그것이 국가대표가 되어 나라 전체적으로 자연스레 몸에 밴 '품위'가 되길 바란다. 그것은 명품과 쪽집게 과외로 인해 그 순간을 모면하는 그런 '가공'이 아니길 바란다.

.. Ps. 여담이지만 이동국 이번에 만약 출장하더라도 부상만 당하지 마라.
.. Ps2. 16일 대전전 날아 가려면 이제부터 좀 박터지게 살아야 되는데 여전히 condition red 상태다. 슬금슬금 짜증이 나서 확 폭발해 버릴 지도 모르겠다.
.. Ps3. 그래도 애정을 거둘 수 없기에, 승패는 아무래도 좋고 새 명품 감독의 실력을 재평가 해볼 수 있는 명승부였으면 좋겠다.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Posted by elof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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