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애. 세상의 중심에서 활약하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어른 흉내를 내왔다. 하지만 아직도 속은 어린애 그대로이다.
..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까짓 책임 같은 거 얼마든지 져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보다는 내 뜻이 더 중요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결과를 얻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떤 괴로움도 견뎌내리라 생각했다. 아니 괴로움이라는 것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당위는 수단을 가리지 않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믿었다.
.. 하지만 난 아직도 내가 고등학교 때 이후로 본질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녀석이다. 보다 상처에 무덤덤해지고 보다 세상의 때가 묻었지만 아직도 근본적으로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고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녀석인 채이다. 남의 기분이나 마음을 어느정도 헤아려 행동할 줄은 알게 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기술적인 범위이지, 남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라는 근본적인 마인드에는 이르지 못했다.
.. 나 혼자 어른이 됐다고 착각했던 것이 사실은 전혀 어른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자기 자신만을 챙기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타이틀이 아닐게다. 적어도 책임이란 것이 자기 혼자만을 감당하면 되는 정도의 무게는 아닐게다.
.. 책임, 각오, 고생 그 딴 소리를 남부끄럽지도 않고 잘도 지껄여 왔지만 사실은 나에게 들려주어야 했던 말이었던 거다. 남이 나를 이해 못한다고 속상해하기 전에 내가 남을 이해하고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했던 거다.
.. 어른이라는 벽을 느끼게 되고 부터 내 입에서 '나는 죽을 때까지 어린애일거야'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나오게 되었다. 무서웠던 거다. 완벽할 수 없는 자신을 알고, 완벽하지 못하면 견디지 못하는 자신을 알기 때문이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어른의 벽은 높고 힘들었다. 차라리 회피해버려도 그만인 일일지 모른다. 나 혼자라면 어른이 되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길을 걸어가야 하는 시기가 왔다. 더 이상 어린애일 수는 없게 됐다. 같이 길을 가자 해놓고 나 혼자 가면서 왜 같이 안가냐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혼자만인 어린애로 남는 것보다는 그녀와 함께 길을 가고 싶다. 나 혼자만의 꿈이 아닌 우리들의 꿈을 꾸고 싶다.
.. 이젠 어른이 되야겠다. 비록 지금은 거짓말에 가까운 말일지라도 거짓이 아니게 되도록.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Posted by BE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