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접하지 않다보니 이젠 겨우 저정도 분량의 텍스트도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우습다. 조금 더 책에 가까워 져야 할 필요가 느껴진다. 막상 이 책에 대해 글을 쓰려니 떠오르는 생각은 저것이었다. 뭐 중요한 내용은 아니다.

.. 어지간히 할일이 없었다.. 라기보다는 지독하게 심심하지 않았다면 이 책에는 전과 같이 손도 대지 않았을 것이다. 읽고 싶다. 라는 생각은 있었음에도 그 이상으로 읽기 싫다. 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었으니까. 귀찮다는 것 보다는. 저 책을 읽어서 즐거움을 느끼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완독한 지금에 있어서도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전혀 즐거운 책이 아니다.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만약 통신이 되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저 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거나 몇장 읽다가 잠이라던가로 텀을 준 시점에서 다시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 처음 몇장을 읽어 내려갈 때는 이런 생각을 했다. '망할 나와 같은 느낌의 글을 쓰고 있잖아.' 라는 것. 아무리 그 것이 나 스스로 이루어낸 문체이든 내용이든 간에 이미 세상에 나와버린 글이 있으니 나는 아류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즐겁지 않았다. 우습게도.

.. 중반 이후로는 그런 것은 전혀 개의치 않고 읽어 내려갔다. 주인공 와타나베는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재미있는 캐릭터 였으며, 그의 선배인 나가사와란 캐릭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그 둘을 믹스해놓은 듯한 인간이며 또한 몇몇가지로 그들보다 훨씬 떨어져 있는 인간이다. 굳이 말하자면 나가사와 - 나 - 와타나베. 로 도표를 이룰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나가사와만큼 강한 의지를 발동시키고 있지 못하며 와타나베만큼 단순히 세상을 보지도 못한다. 전혀 단순하지 않다. 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나는 나가사와와 비슷할 정도로 세상을 명료하게 규정해 나가는 인간이다. 라고는 해도 나는 와타나베보다도 자신을 지켜나가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는 나신에게 주어진 일을 조금도 해내지 못했다. 라는 것. 적어도 와타나베는 학교수업이라도 들었으니까(웃음)

.. 나는 나이에 비해서 꽤나 많은 경험이 있는 편이고, 그것을 나름대로 분석해서 결론을 내리는 녀석이다. 그 점이 나가사와란 캐릭터를 재밌게 해 주었다. 내가 그저 삶에 치여 흘러가는 대로 사는 인간이었다면 별 다른 감흥이 없었을 것이다. '아 저런 캐릭터도 있구나.'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나름대로 규정해나가는 캐릭터. 란 것이 꽤나 흥미를 주었다. 게다가 우습게도 재능에다 노력까지 하는 타입이다. 나에게 갖추어지지 않은 노력. 이란 점. 꽤나 재미있는 부분인 것이다.

.. 구조적으로는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지만 레이코가 이야기하는 꼬마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을 컨트롤 하겠다는 마음 같은 것은 없지만. 재능. 부분의 이야기는 꽤나 공감하는 이야기였다. 재능을 한곳에 집중하느냐 혹은 여러곳에 분산해서 사그러지느냐. 그 차이에 대한 이야기는 스스로도 꽤나 인정하면서도 결론 도출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해 오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딱 잡힌 결론을 접하고 보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뭐 시대는 여러곳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을 원한다지만. 나는 그렇게 여러곳에 어중간한 사람이 되느니 한 곳에 재능을 보이는 쪽이 좋다. 어차피 한정된 자원을 써야 한다면 균형잡히지도 않고 여러곳에 분산되서 사그러트리느니 한 쪽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다. 아. 물론 제대로 균형잡혀있다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나는 그럴 그릇이 아니다. 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 와타나베의 내면을 적어놓은 부분과 그 건조한 대사는 내가 나 스스로에게 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유사하다. 정확히는 건조한 부분이 유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자신에게 말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나의 경우는 별반 다르지 않다. 적어도 무수히 많은 자문자답을 하는 나로서는 재밌는 경험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이 작자의 다른 소설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냈다. 라고 하고 그 주인공을 자신으로 택했을 경우에는 아주 높은 확률로 자신의 자문자답을 그대로 옮기는 그 것처럼. 이 작가도 나랑 비슷한 방법으로 사고를 하는구나. 그리고 글로 옮기는 구나. 라는 점은 재미있는 것이다. 동족혐오.. 라는 것도 있다지만. 나는 혐오감보다는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어쩔 수 없다. 나랑 비슷한 인간은 지금까지 몇 봐오지 못했으니까.

.. 나오코란 캐릭터는 별 재미 없었다. 비슷한 말을 해대던 녀석이 기억속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렇게 자폐증에 가까운 캐릭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자폐증 환자는 패배자다. 아주 어릴 때야 방어기제가 잡혀있지 않아서 불쌍하단 생각이 들지만 나이를 조금이라도 먹어서 중학생 정도의 나이가 되면 자폐증은 극복할 수 있다. 적어도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살았다면. 나오코는 제대로 된 환경에서 살았던 캐릭터이다. 그래서 더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나약한 정신은 나 스스로에겐 너무나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나 자신도 그러하지만 그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 사람을 아직 기억속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보통 사람이더라도. 자신이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면 그만둘 줄은 안다. 싸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망가질 때까지 인식하지도, 싸우지도 않고 그대로 침전해 나갔다. 짜증나는 일이다. 뭐. 망가진 후에도 계속 비슷했기에 더욱 더.

.. 레이코란 캐릭터는 상당히 호감가는 캐릭터. 어느정도 틀이 잡혀있는 그 모습도 그랬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그랬다. 뭐. 나는 이래저래 능력에 호감을 갖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능력 없는 자는. (최소한 감수성이라도 보여주지 않는한) 별 느낌이 없다. 능력이 없어도 호감이 가는 경우라면 좋은 사람일 경우. 좋은 사람도 아니고 능력도 없는 사람이란 나에게 있어서는 무시해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레이코는 두가지를 다 보유하고 있었기에 꽤나 호감이 가는 캐릭터였다. 구조적으로도. 잘 등장했기에 더욱 더. 물론 캐릭터에게 빠지는 인간이 아니기에 단지 호감에서 끝나는 건 당연하지만. 나머지 캐릭터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별 느낌을 주지 못한 것도 사실이며,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 내용면에서는 꽤나 점수를 줄 수 있다. 나에게 즐겁지 않은 내용일 뿐이지 내용 자체로는 볼만하다. 물론 그 테마. 에 있어서는 크게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꽤나 재미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런 쪽으로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는 꽤나 잘 짜여진 내용이 아닌가. 라고는 해도 내게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내용. 나에게 있어 재밌었던 것은 캐릭터였을 뿐이다.

.. 구조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몇가지 필요없는 부분도 보이고 미스도 보이고. 뭐가 문제냐! 라고 따진다면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고 답해주겠다. 완벽하게 잘 짜여진 논리를 갖추기 위해 저 책을 다시 읽고 싶지는 않다. 대답회피가 아니냐. 라고 말한다면 '나는 단지 내 감상을 적었을 뿐 당신을 납득시키기 위해 이 글을 쓰지는 않았다.' 라고 해주겠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팬이 많은 편이기에 괜히 날 귀찮게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될지 몰라서 이렇게 사족을 단다.

.. 스스로 냉철해질 필요를 느끼고 그에 따라 이렇게 혼자가 되기 위해서 무리를 한 시점에서 이 책을 읽었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덕분에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냉철해질 수 있게 되었다. 적어도 이 책을 향해 냉소를 띌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차갑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니까. 게다가 나가사와란 캐릭터의 약점을 잘 보여주었다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될만한 일이었다. 장점은 취하고 단점은 버린다. 가 나의 모토인 이상. 꽤나 잘 정리된 방향성을 제시해 준 것이다. 게다가 꽤 오랬동안 잊고 있었던 말 '자신을 동정하지 마라' 라는 대사는 꽤 의미 깊었다.

..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 책의 키워드 중에 이해할 수 없는 두가지. '노르웨이의 숲' 이라는 곡과 '위대한 개츠비'라는 책을 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뭐. 접하지 않았다고 해서 내용 이해에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감상이 떨어졌으리라. 그 점이 조금 아쉽긴 하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다른 책은 읽어보지 않았지만 이 사람의 문체가 모두 이러하다면 나는 읽을 생각이 없다. 적어도 문체로 무라카미 하루키를 높게 평가할 수는 없다. 내가 비슷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뭐 이런 문체를 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꽤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문체인지는 모르겠지만. 난 나와 비슷한 문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이다. 아니 뭐.. 이제는 무신경해 졌지만.

.. 내게는 다시 읽고 싶은 책. 에는 절대로 들어가지 않을 책이다. 이런 책을 두번 세번 읽는 다는 것은 너무나 짜증나고 피곤한 일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게는. 에 포함되는 말이다. 나는 전혀 즐겁지 않으니까. 망가진 인간들을 보는 것보다는 모든 면에서 잘난 인간을 보는 것이 내게는 더 즐겁다. 뭐... 물론 그 쪽도 나름대로 짜증이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 내가 내 이야기를 쓰면. 이 소설과 별 차이 없는 글을 쓸지도 모르지.(웃음) 다만. 조금 더 낙관적이고 희망적인 글이겠지만.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Posted by BEW

2000/02/14 19:34 2000/02/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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