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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1.20 .. 도보여행 070118 8

.. 하루가 다르게 폐인생활의 정도가 심해져 이제는 거의 히키코모리[각주:1]와 NEET[각주:2]에 가까운 생활패턴을 보이게 된 요즘. 졸업을 반년 남겨두고 취직은 발등의 불인 상황에서 이 생활 패턴을 바꾸려면 뭔가 강렬한 자극이 필요했다. 워낙에 게으름이 천성이고 하루종일 뒹구는게 취미인 인간인지라 마음 먹는 것 가지고는 꿈쩍도 안한다. 아니 핑계는 제쳐두고 그냥 하루가 다르게 가라 앉고 있었다. 내 삶이.

.. 요즘들어 나는 종종 '하루종일 걸으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이런게 처음은 아니고 1999년 11월에 제주도를 100km 정도 걸었던 일이 있다.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따라 일주를 하면 약 200km 정도 된다고 하는데 나는 제주시 중심에서 출발해 서귀포시 중심까지 다다랐으니 반 정도를 걸어서 간 셈이다. 대략 38시간 정도 걸렸는데 중간에 해안가 벤치에서 6~8시간 정도(시간이 가물가물하지만 저정도였다) 잔 것을 제외하면 30시간 정도에 100km 정도를 걸었으니 꽤나 엄청난 속도로 걸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 80km 정도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한다.

.. 아무튼 그 때도 아침부터 걸어서 다음날 해 뜨고 나서야 잠을 청했으니 대략 20여시간 이상을 계속해서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체력도 떨어졌고 만성적인 운동부족(그 때도 이건 별반 다름이 없긴 하지만)에다가 한겨울! 마침 장시간을 걸어본 기억도 이제 가물가물해진 마당에 딱 좋은 상황이었다. 나날이 망상은 심해져가고 루트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청계천을 지나 서쪽으로 가는 쪽으로 마음을 잡았다가 결국은 친구와 술먹으면서 나온 말이 직격. 남쪽으로 안가본 곳을 가보는 게 어떻냐는. 하남이나 성남은 몇 번 가봤고 해서 그 쪽은 처음부터 제외했고, 그냥 대치동과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구경한 다음엔 마음 가는대로 가자는 결로 결정을 내렸다. 6시간쯤 지나면 다리가 아파서 속도가 안나오니 대략 시속 2km정도로 평균 속도를 낸다면 50km 정도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목표 거리는 50km 근방. 24시간 내내 걷고, 중간에 휴식은 마음대로. 밥이든 담배든 사는 것도, 현지 조달도 뭐든 OK. 단지 교통수단만을 제외하고 오로지 걷기에만 의존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가 목표였다.

.. 하지만 역시나 천성이 어디가는지 계절학기가 끝나고 K리그 팬들의 MT도 무사히 마친 상황에서 청소와 손빨래 하기 귀찮다고 하루하루 미루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 수요일 새벽. 행인지 불행인지 마침 전날 저녁에 급격히 졸려와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목요일 새벽 한시. 대충 일어나 놀다가 오늘이 아니면 출발 못하겠다는 생각에 청소와 빨래를 해놓고 적당한 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 06:23 집

.. 06:23 집

.. 06:23 서울시 광진구 군자동에 있는 자취집을 나서서 영동대교까지 직선으로 이어져 있는 동2로로 향했다. 편의점에서 담배와 스니커즈(소)를 샀다. 스니커즈를 바로 우걱우걱 씹어 먹으며 화양사거리로 향했다. 날은 아직 어두웠고 화양사거리에 있는 비교적 저렴한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다시 출발한 시간은 07:07. 직선으로 쭉 내려가면(남하하면) 성수사거리를 지나 영동대교가 나온다.

.. Words of Yu-Tak Kim, the elemental of the wind.

  1. ひきこもり, 국역 은둔형외톨이. 하루종일 방에만 쳐박혀 몇날며칠이고 안나오는 사람. 심하면 몇년에 이르는 사람도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본문으로]
  2. 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 취직도 안하고 교육도 안 받고 훈련도 안하는 한마디로 날백수. 역시 신종 사회적 병리현상으로 사회적 문제가……ㅜㅜ [본문으로]
Posted by elof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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